ADVERTISEMENT

"한인 영향력은 투표율에서" … 동포 상대 8080 캠페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Your vote your future(당신의 투표에 당신의 미래가)’.

 8월 29일 찾아간 뉴욕시 플러싱에 위치한 한인시민참여센터(KACE). 사무실 곳곳에서 발견한 팸플릿에는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가 가득했다. KACE는 미국 동포를 상대로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설립된 비정부기구(NGO)다.

 김동찬(46·사진) KACE 대표와 박제진 변호사를 비롯해 직원들은 11월 초 열리는 뉴욕시장과 뉴욕·뉴저지주지사 선거 등을 앞두고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1996년 KACE를 만들어 뉴욕과 뉴저지 일대에서 한인의 선거 참여 운동을 벌여온 김 대표는 7월부터 ‘8080 캠페인’을 시작했다. 10년 안에 한인 유권자 등록률 80%, 투표 참여율 80%를 달성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미국 주류 사회의 유권자 등록률과 투표 참여율은 80%를 넘는데 한인들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한인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선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교포들에게 배포하려고 만든 팸플릿에는 유대계 미국인의 경우 유권자 등록률은 90%, 투표 참여율은 96%에 이른다고 나타나 있다. 쿠바계 미국인도 각각 81%와 91%이고, 대만계도 81%와 75%라고 한다. 뉴욕주를 봐도 전체 유권자 등록률은 69%, 투표참여율은 59%이지만 이 지역 한인의 등록률은 53%, 투표참여율은 40%에 불과했다. 어떤 선거 때의 통계인지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한인의 투표 참여 수준이 평균 이하임이 한눈에 드러났다.

 김 대표는 “높은 유권자 등록률과 투표 참여율이야말로 한인들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2년 4·29 LA폭동이 일어난 지 약 2년 뒤인 94년 미국에 이민 온 김 대표는 선거 참여를 통해 한인 공동체가 현지에 뿌리내리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LA 폭동 이후 한인 청년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팽배해 있었는데, 미국 시민권을 갖고 10년 이상을 살아도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대부분의 한인이 모르고 있었어요.”

 KACE는 한인 사회를 대상으로 투표권 행사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선거 일정과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선거와 관련한 불편사항을 접수하고, 소수민족 차별 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았다.

 영어가 서툰 한인들을 위해 선거 당국에 요구해 한국어 유권자 등록용지를 만들도록 했고, 한국어 안내문을 발송하도록 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구 인구 5%, 유권자 1만 명 이상이면 특정 소수언어로 안내할 수 있다는 선거법 규정을 활용한 결과였다. KACE의 문제 제기로 인해 2000년 인구조사 때 뉴욕시 퀸스 지역에서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시작됐고, 뉴저지 버겐 카운티에선 2008년 유권자 등록용지를 한국어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KACE는 비영리기구라 미국법상 특정인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지만 한인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멀리 보고 뛰고 있다. 예컨대 11학년(고2)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10명을 인턴으로 뽑아 철저하게 지방자치 방식으로 운영되는 미국 정치 시스템을 교육한다. “미국 인구의 3%밖에 안 되는 유대계는 수적으로 소수이지만 누구도 그들을 약자라고 무시하지 않아요. 유대계가 미 연방 상원의원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죠. 한인의 투표참여율이 80%를 넘으면 우리도 미국 사회의 주류가 될 겁니다. 조직화하지 않은 다수보다 결집된 소수가 훨씬 강해요.”

◆특별취재팀(미국·중국·일본·러시아·카자흐스탄·독일)=장세정(팀장), 강인식·이소아·정원엽 기자

관련기사
▶ '재일동포 3세' 김철민 변호사 "한국 국적이라 판·검사 못해"
▶ LA폭동 계기 "정치력 키우자"…도전 활발
▶ "한국계 女 첫 연방 하원의원 꿈…4년뒤 기회 올것"
▶ 1033명 멕시코 이민은 사실상 애니깽 노예노동 동원
▶ '카자흐 가전왕' 고려인 3세, 성공 비결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