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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싸우려 변호사 돼 … 한국 국적이라 판·검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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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재일동포 3세 김철민(36·사진) 변호사는 재일코리안변호사협회(LAZAK·대표 백승호)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 수 105명인 LAZAK는 재일동포의 참정권 문제가 이슈화된 2001년 출범했다. 배훈·고영희(고 에이키)·이우해 변호사 등 20명의 법률가가 손잡고 재일동포의 권익신장을 위해 뭉쳤다. 당시 와세다(早稻田)대 법학부에 재학 중이던 김 변호사는 LAZAK의 탄생과 활동을 눈여겨봤다. 그러곤 2004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하자마자 회원이 됐다.

 LAZAK 회원은 일본 국적이 없어 판검사가 될 수 없는 변호사가 대부분이다. 많은 재일동포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김 변호사 또한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LAZAK 회원은 일본 교육 시스템 안에서 엘리트로 성장했다. 김 변호사는 “일본인과 경쟁해 성공하고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러한 네트워크는 이익단체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에게 롤 모델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LAZAK의 큰 과제 중 하나는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등 일본 우익단체의 폭력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들이 폭력을 쓰면 재일동포들도 대항하게 되고, 그런 경우 쌍방폭력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LAZAK 회원이 일본 시민단체와 손잡고 재특회 등 극우세력의 부당성을 알리고 재일동포에 법률적 지원도 해준다.

 김 변호사는 한국을 알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신념 때문에 초등학교 6년을 민족학교에서 보냈다고 한다. 민족학교는 일본에서 우리 말과 글, 역사를 교육하고 있다. 이때부터 김 변호사는 한국인 차별 문제에 눈을 떴다. 그는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선 학생을 위한 할인권을 판매하지만 민족학교에는 그런 혜택을 주지 않았다”며 “일본인 친구와 달리 비싼 교통비를 고스란히 내고 등교하면서 차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께 고민을 얘기하자 ‘차별 문제에 싸우려면 변호사가 되라’고 하셨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어가 유창하다. 그의 목표는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가 되는 것이다.

◆특별취재팀(미국·중국·일본·러시아·카자흐스탄·독일)=장세정(팀장), 강인식·이소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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