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습 직전 오바마 전화 받고 작전 접은 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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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올랑드

지난 8월 31일 오후 6시15분(프랑스 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리아 공습에 대해 미 의회 동의를 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 군의 시리아 공습 작전 개시 수시간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계획을 접어야 했다. 프랑스 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9월 29일자)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근거로 보도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그 시각 프랑스 군은 공습 준비를 마치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군 기지에는 사정거리 250㎞의 최신예 스칼프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라팔 전폭기들이 대기 중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공습 직후 발표할 성명서까지 준비해 놓았다. 잠정 공격 시간은 시리아 시간으로 9월 1일 오전 3시(프랑스 시간 오전 2시). 두 정상의 통화에서 8시간도 채 남지 않은 때였다. 핵심 목표는 시리아 서부의 미사일 공장과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 외곽의 정부군 제4여단 지휘통제소였다. 전폭기의 항로는 터키 영공을 피해 지중해를 가로지르는 것으로 정해진 상태였다.

 이 잡지는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가 시리아 공습에 앞장서면 미국이 곧 동참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전화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군사 개입안 의회 상정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 통화 직후 시리아 공습에 대해 의회 동의를 받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지난달 10일 러시아의 제안에 따라 먼저 외교적 해결을 시도한 뒤 실패할 경우 군사 개입을 고려하겠다며 공습안의 의회 상정을 취소했다.

 프랑스는 2년 전 리비아 내전 때 카다피 군에 대한 공습을 독자적으로 먼저 시작했다. 그 뒤 영국 등이 동참했다. 이 일로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국제사회 발언권이 강해졌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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