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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눈치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전기로 입학시험을 치는 몇몇 대학이 원서마감을 했다. 금년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마감날까지도 대부분 학과가 정원미달이다가 마감시간직전에 응모자의 분포를 감안해서 원서를 내미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가족이 총출동하고 일가친척의 자가용을 몇대씩 빌어가지고 각 대학 사이를 질주하는가 하면, 운동시합의 중계방송을 듣듯 「라디오」를 귀에 대고 지원학과를 썼다 지웠다 하는 광경도 있었다. 그래서 정원이 찰락말락하던 학과가 갑자기 역전해서 치열한 경쟁율을 보이기도 한다.
대학이란 전공학과에 따라 공부하는 내용이 전연 다르고, 따라서 졸업후의 진로에도 대단한 차이가 있는 법인데, 어떻게 농과대학이든 치과대학이든 특정대학이면 그만이고, 국문학과든 불문학과든 합격해 놓고 보자는 생각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때문에 대학 재학생을 상대로 소속학과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해보면 반수이상이 불만이라는 통계가 나오고 이들은 2학년으로 진급할때 전과를 하려고 수선을 떤다. 그러나 전과라는 것은 극히 소수만이 희망하는 과로 옮길 수 있고 나머지는 뜻을 못이루기 때문에 군대를 지원해서 학교를 떠나기도 하고, 그대로 남아있어도 자기가 전공하는 학문에 끝까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가적으로 볼 때 대학교육까지는 받는 국민이 자기에게 적합하지 않은 길을 택했기 때문에 충분히 그 자질을 개발하지 못하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가발전을 위해서 이만저만 손해가 아닐 것이다. 물론 문교당국은 사회의 수요와 국책에 따라 대학의 정원을 조정하겠지만, 한편 너무나 빠듯한 정원 정책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낭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좀더 넉넉한 정원을 마련해 주어야하지 않을까.
마감을 앞둔 『눈치작전』이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행한 적성검사가 전공학과 선택의 기준이 되려면 대학의 문이 좀더 넓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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