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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구도찾는 세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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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공의 국제외출>장.쇼벨

<이론과 달리 현실에 적응|북괴충동해 새분쟁촉발 않을듯|경제싸고 일과 상용>
1924년 북평주재 프랑스 대사를 지내고 순종국장때는 한국도 방문한바 있으며 65년 중공을 다녀온 노련한 중국통 장·쇼벨씨는 『중공과 일본이 강력하게 되더라도 서로 무력대결을 피할 것이고 한반도에도 큰 위협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는 중공의 시장과 일본의 경제력은 이미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중공이 북괴를 충동해 아시아에 또 하나의 국제분쟁을 일으킬 생각은 절대로 없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어서 『소·중공의 화해가 이념분쟁의 해결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본 쇼벨씨는 『자유중국이 유엔에 남아있는한 절대로 가입하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동남아 문제해결을 위해 중공참가리의 새로운 국제회의가 소집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벨과의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65년 북평을 방문한 귀하는 강대국으로서의 친중공의 위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근 중공을 방문한 베랑쿠르장관이나 뮈르빌 전수상에 의하면 현 중공의 정권은 재출발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65년 내가 중공을 방문했었을 때도 여러모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증거가 뚜렷했다. 곳곳에 공장등이 서고 옛날엔 나무가 없던 북평이 지금은 수목으로 푸르게 덮여있다. 중공의 세계적인 위치는 우선 모택동이 한 말대로 우리는 아직 강대국이 아니다. 그러나 강대국이 된 것이다란 말 그대로다. 나의 중공방문의 인상으로는 중공이 강대국이 되려면 아직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문혁통해 집권층 조화달성>
그러나 중공은 벌써 국제정치의 한 중요한 요소가 되고있고 특히 극동정세엔 큰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본다.』
-중공은 문혁이래 정말로 국내정치가 안정되었는가?
『문혁을 통해 지도선의 반대세력과 그들의 조직을 제거함으로써 지금은 상하가 모두 상당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모가 죽으면 다시 한번 시련이 올 것이다. 이러한 권력투쟁을 미리 둔화시키기 위해 모가 후계자를 지명한 것이다.』
-중공은 최근 주모스크바대사를 임명하고 소련과 선린관계를 맺자고까지 제의했는데, 이 사실은 소·중공의 이념분쟁이 끝나고 국경분쟁이 해결된다는 것을 뜻하는가?
『공산국가간의 투쟁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절대로 그렇게 볼 수는 없다. 특히 국경분쟁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중공은 이번 유엔총회에서 처음으로 과반수 지지표를 얻었다. 중공은 미국등 여러나라의 2개의 중국론을 받아들이고서라도 유엔에 가입하려 할 것으로 보는가?
『중공이 멀지않아 유엔에 초대될 것은 사실이나 자동적으로 가입하게 되는 건 아니다.
설사 중공이 자유중국대신 안보리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자유중국이 유엔회원국으로 남아있는 한 가입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오끼나와 핵기지를 철수하고 주한미군의 일부를 철수할 예정이다. 중공은 핵무장을 시작했고,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강국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정세하에서의 일본·중공의 접근 양상은?
『일본은 중공이 가장 중요한 교역대상국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중공의 국제지위가 확장됨에 따라 일본의 재무장은 다분히 가능성있는 전망이다.』
-중공은 작년 하반기이래 북괴와 갑자기 접촉,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 중공은 한국전이 재발하면 군대를 보내 북괴를 돕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귀하의 판단은?
『중공이 문혁으로 국내문제에 긍긍하고 있을때 북괴는 소련에 한때 기울어졌다. 그러나 주은래가 평양을 방문해 둘 사이의 관계는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중공이 북괴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문혁으로 잠들었던 중공이 북괴는 물론 기타 동남아의 여러나라와도 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한반도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중공은 북괴로 하여금 제2의 한국전을 도발하게 할 위험은 없는지?

<국제분쟁 도발않을 듯>
『현재로서는 중공이 북괴로 하여금 남한재침을 모험케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동남아나 소련과의 국경분쟁에 민감하기는 하나 중공이 당장은 아시아에 또 하나의 국제분규를 도발할 생각은 절대로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중공은 한국분단의 현상유지를 바랄 것인가?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괴로 하여금 또 한번 남한을 침략케 하리라는 가정은 믿기 어려우며 중공은 오히려 현상유지를 바랄 것이 틀림없다.』
-중공은 인도차이나 인민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수십번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런데 월남·캄보디아·라오스 분규는 중국엔 중공의 개입없이 해결안 된단 말인가?
『내 개인적으로는 중공이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월남문제 회담에 참석하고 있지않은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재 진행중인 파리회담을 통해 월남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월남·캄보디아·라오스 3개국등 분쟁지역에서 배제하고 비동맹적지위를 보장한 제네바협정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프랑스 정부가 주장하는 새로운 회담이 개최되어 중공참가리에 새로 정의되고 새로 보장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캐나다·이탈리아등 서방제국의 중공승인이 유엔에 당장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나는 대만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대만은 경제적으로 부흥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 그러나 대만이 중국은 아니다. 따라서 많은 유럽국가들이 거대한 중국본토에 정치적·경제적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인도차이나·중동·남미·아프리카의 혁명세력의 단결을 주장하는 중공이 국제사회에 복귀한다고 해서 과연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군비강화 일 재무장유발>
『중공이 소련보다 철저한 전제적체제를 가지고 있고 중공엔 혁명의 이념은 곧 전진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중공의 혁명이념이 전세계로 파급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공과 수교한 캐나다나 이탈리아는 혁명적인 나라가 아니다.
중공은 이론과는 달리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 중공이 캐나다나 이탈리아를 절대로 전복할 수 없고 또 그런 생각도 못가질 것이다. 또한 중공의 국제적 지위가 강해진다 하더라도 동남아문제에 있어서는 소련의 위치를 무시할 수는 없다.
중공의 국제지위 향상과 강력한 무장에 따라 일본도 결국은 강력한 재무장을 하겠지만 일본은 과거와 같이 대륙으로의 영토확장같은 기도는 하지 못할 것이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중공과 벌써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일본.중공이 강력하게 되더라도 양쪽은 무력대결을 피할 것이고 따라서 한국엔 큰 위협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파리 장덕상특파원]

<약력>
▲1897년생 ▲파리법대졸 ▲1924∼1927 북평주재대사관 근무 ▲1938 외무성 아시아부국장 ▲1942∼1944 알제리에서 프랑스 임정담당관으로 근무 ▲1945 외무차관 ▲1945 종신대사승진 ▲1949∼1952 유엔안보리 프랑스 대표 및 유엔대사 ▲1954 오스트리아 대사 ▲1954∼1962 영국대사 ▲1962 제네바회담 프랑스 수석대표 ▲1963 정년퇴직 ▲1965 프랑스 특사로 북평방문 ▲1966년이래 프랑스은행연합 총재 ▲『전주곡』등 7권의 문학작품을 저작하고 중공관계 기사 다수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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