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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달린 열매를 따라" '금융 한류' 세계 누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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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의 발전 동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금융회사 해외법인장 초청 간담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성장이 느려지고 고령화가 심화되는 국내에 안주해서는 금융의 미래가 없다는 지적이다.

 ‘글로벌’은 대표적인 국제금융통인 그의 소신이기도 하다. 신 위원장은 특히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에 주목한다. “신흥국이 당장 필요로 하는 금융지식은 서양의 선진 금융기법이 아니라 우리같은 후발주자가 개발하고 검증한 금융모형”이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글로벌 진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6월말 현재 국내 금융사의 해외점포는 353개다. 최근 5년간 50개 가량이 늘었을 뿐이다. 요즘 주로 진출하는 지역은 중국과 동남아다. 문화가 크게 다르지 않고 국내 금융사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해외점포의 19%인 69개가 중국에, 14.6%인 53개가 미국에 있다. 이어 베트남 40개(11.0%), 홍콩 37개(10.2%), 일본 24개(6.6%), 영국 24개(6.6%) 등의 순이다. 2007년까지 뉴욕과 런던 등 세계적 금융중심지에 편중됐던 현상은 많이 완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엔 외화자금조달과 선진 금융기법 습득이 주요 목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익성도 아직 높지 않다.

 은행 해외점포는 지난해 6억36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은행권 전체 수익에 비하면 미미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나마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은 모두 적자를 냈다. 점포 수가 적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고 자본력이 달리는 게 주된 이유로 지적된다. 영업 대상도 현지기업이나 시민보다는 국내 기업과 교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지화와 시너지가 글로벌화의 관건이 되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 금융지주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은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되, 리스크를 예방한다는 ‘선(先) 점검, 후(後) 진출’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올 경영 화두로 1911년 남극점에 처음 도달한 ‘아문센 방식’을 내걸고 아시아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추진하고 있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때부터 현지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제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넉달새 중국만 4차례 다녀오며 ‘2015년 세계 50위 내 은행 달성’에 앞장서고 있다.

 금융당국도 당근과 채찍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금융외교 강화하는 등 글로벌화를 도울 계획이다. 한편으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평가에 해외 진출의 장기성과를 반영할 방침도 갖고 있다.

 지난 5월 터키 이스탄불 사무소를 개설하고 돌아온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205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 이하인 곳은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인도 등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금융사들이 주로 진출하고 있는 동남아를 뛰어넘어 지구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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