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루크지 외신 부장 방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하노이」에 가서 우리는 미군 포로를 보게 해 달라고 아마 20번은 간청했을 것이다. 우리는 억류된 조종사와 항공기 승무원들의 명단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대부분을 추수감사절이나「크리스마스」때엔 석방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못 얻었다.
월맹 수뇌들은 미국 내에서 포로 문제를 둘러싸고 비상한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닉슨」대통령이 국민 감정을 정화시키기 위해 포로 문제를 악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우리는 그『악용선』을 강력히 부인하고 포로 문제가 국민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 정말이라는 걸 역설했고 월남전에 반대하는 사람들까지도 이 문제엔 열을 올린다는 걸 알렸다. 그들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기는 들었어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곤 시종 포로들이『인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군 포로들의 대우는 일반 월맹인 생활 수준보다도 높고, 월남 장교들의 수준을 능가한다는 주장이었다.
미군 포로들은 말하자면 월맹 측의 인질이나 다름없다. 우리의 포로 접견 요청을 그렇게 묵살한다는 사실 자체가 포로들이 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말이 거짓임을 들어내는 것이다. 필경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군사적인 문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우린 이런 말을 했다.
당신들도 미국이 월남에서 떠나고 싶어한다는 건 잘 알지 않는가.
「닉슨」대통령 자신도 이걸 바란다. 그리고 당신들도 이걸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양면의 목적이 아주 같지 않은가? 다만 그 방법의 문제만이 남아 있는 셈이니 서로 토의하고 교섭해 볼만할 토대가 있지 않은가? 적어도 우린 이렇게 믿고 있으며 또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대편의 대답은 뻔한 것이다. 즉 침략자인 우리(미국)가 물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조건 나가라는 식이다. 그건 토론의 여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들은「닉슨」대통령이 전 미군을 철수하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닉슨」대통령이 전쟁을 계속 하려 하며 이를 월남인에게 전담시켜 단지『사망자의 얼굴 색깔』만을 바꾸려 한다고 트집을 부린다. 물론 미국의 입장도 그냥 무턱대고 배를 타고 월남을 떠나가려는 건 아니다.
미국의 정책은 월맹이 월남에서 병력을 철수하겠다면 미군도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건 즉 상호 철군이며 아마도 한 1년은 걸릴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이를 거부한다면 미국은 월남 화 계획을 밀고 나가 월남이 독자적으로 전투를 담당 할 수 있게 될 때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것이다.
「레·둑·토] 월맹 공산당 정치 국원은 이에 대해『우리는 1971년 6월31일 이라는 시한을 요구했으나「닉슨」대통령은 아무런 시한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하고『우선 시한이 정해지면 비로소 양측은 토의에 임할 수 있고, 그 시한이 우리의 예상보다 빠를수록 더 좋다』고 말하면서『그러나「닉슨」대통령 에 대해 그런 환상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끝맺었다. 더구나 그는 미군의 일방적 철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상호 철군 같은 건 생각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부도덕』하다는 생트집이었다.
「하노이」를 떠나면서 우리가 받은 인상은『미군이 철수하고 월남 안에 그들의 동조자들로 하여금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하겠다』는 그들의 생각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크=본사 독점전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