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맡은 장관 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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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8일 하오의 국무회 세에서 각료들이 일괄 사표를 냈다는 소식에 중앙청은 어수선한 분위기.
사표를 낸 총리와 각부 장관들은 19일 아침에도 예산 심의를 위해 국회에 나아갔고, 비서실은 사표처리에 대한 저마다의 정보 교환들.
정 총리 측근은『6년 8개월에 재임 기간 중 사의를 표한 때도 없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물러날 뜻을 굳히고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정 총리는 지난가을 장충동의 사택을 수리, 물러날 때의 집 준비도 갖춰 놓았다는 얘기도 있다.
한편 홍성철 비서실장은『장관들의 일괄 사표를 보관하는 게 이번으로 꼭 일곱 번인데 그때마다 공연히 내가 미안하고 가슴이 무거웠다』고.
정계 복귀가 확실해진 전 공화당 의장 김종필씨는 구미 시찰을 하고 귀국한 다음날인 18일 거의 온 종일을 청와대에서 보냈다.
상오 10시부터 1시간 반 동안 박 대통령과 단둘이 만난 김씨는 박종규 경호실장 방에서 점심을 든 뒤 하오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청와대 신관 회의실에서 청와대·국회·정부의 외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의 구미 여행결과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
요직 복귀 설에 대한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을 김씨 이렇게 받았다.
△문=공화당 의장으로 복귀한다는데….
△답=신문이 그렇게 보도했다가 안 맞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 러지? 신문에 자주 나면 될 일도 안돼는 경우가 많은데….
△문=내년 선거를 돕기 위해선 이런 자리가 적합한가.
△답=오히려 자리가 없는 것이 편하더군. 미국에 갔을 때도 직책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 고위 관리들과 얘기할 수 있었지.
△문=당직을 갖지 않으면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어필」하기가 힘들지 않겠는가.
△답=김 아무개(자신을 지침) 에 대한 국민의「이미지」는 어떤 형태로든 이미 있을 테니까 자리에 상관없이 성의껏「어프로치」하면 되지 지난번 개헌 때도 그러했으니까.
△문=맘을 직책이 정부측인지, 당 쪽인지.
△답=나 자신도 모르는 일을 너무 꼬치꼬치 묻지 마시오. 사람은 모두 필요한 곳이 있는 법이고, 한데 미움을 샀더라도 지나간 후에는 달라지는 법이 아닙니까.
△문=당의간 복귀가 확실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답=며칠만 기다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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