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잠든 '45년 헌신' 미 의료선교사 마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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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90년대 초 대구에서 하워드 마펫 원장(왼쪽)과 아내 마거릿. [사진 동산의료원]

45년간 한국인을 위해 헌신한 미국인 의사 겸 선교사 하워드 마펫(1917∼2013)이 그의 아내 마거릿(2010년 작고)과 함께 25일 한국 땅으로 영원히 돌아왔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이날 오전 대구 중구 동산의료원 내 선교사 묘역인 은혜정원에서 마펫 부부 유해 안장식을 열었다. 마펫의 아들 샘(50)과 외손자 이안 테일러(30) 등 유족, 정순모 학교법인 계명대 이사장, 신일희 계명대 총장, 김권배 동산의료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권배 원장은 조사에서 “마펫 부부는 안락한 미국생활을 뒤로하고 한국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했다”며 “병들고 지친 이들의 아픔 가운데서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사의 아들로 평양에서 태어난 마펫은 미국에서 생활하다 31세 때인 1948년 미 북장로교의 의료선교사로 대구에 파견됐다. 이듬해 동산기독병원장(현 동산병원장)을 맡았다. 93년 은퇴하고 귀국할 때까지 동산병원장·동산병원 이사장·계명대 이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의료를 통해 병든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졌다. 미국에서 모금한 돈으로 병원을 증축해 많은 이들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51년 국내 처음으로 병원 내에 병리기술학교를 설립했고, 64년엔 대구의 애락보건병원을 현대식 건물로 지어 한센병 환자를 돌봤다. 아들 샘은 “아버지는 미국에서 ‘내 고향은 한국 대구’라고 했다”며 “아버지의 유언대로 대구에 모셔서 기쁘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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