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암 바이러스 HPV 남녀 함께 예방백신 접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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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의대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

인구 절반 이상은 일생에 한 번 HPV(human papilloma virus,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하지만 자연 치유되는 사람이 많아 간과하기 쉽다. HPV가 일부 남아 있거나 재감염 되면 다양한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의학계가 HPV에 주목한 것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밝혀지면서다. 우리나라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10만명 당 14.5명이다. 동아시아 평균인 11.9명보다 높다. 자궁경부암의 70%는 HPV 종류 중 16·18형 때문에 발생한다.

자궁경부암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 힘들다. 암이 점차 진행하며 혈흔·통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 알게 된다.

질·외음부암도 HPV가 원인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질암 환자는 16.9%, 외음부암은 27.3% 증가했다. 점차 발생 연령이 낮아지는 질암은 HPV 16형 때문이다. 외음부암도 젊은 여성환자가 많다. 대부분 증상이 없어 진단이 어렵다.

 HPV는 항문암과도 관련 있다. 매년 세계에서 약 2만730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항문암은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아 인공항문에 의존할 수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

 항문암 위험 요인은 HPV 감염, 면역력 결핍, 항문 성교 등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외음부·질암이 있었던 여성 환자는 항문암 발생 위험이 높다.

 HPV 감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호주는 2007년 HPV 백신을 국가필수 예방접종에 포함시켰다. 그 결과 18세 이하 여성의 자궁경부 조직 이상이 74% 줄었다. 현재 HPV 백신을 국가 접종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나라는 세계 43개국이며 점차 늘고 있다. 최근 호주·캐나다에선 여학생에 이어 남학생에게도 HPV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HPV 암이 남녀 구분 없이 발생하고 전파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암발병 위험이 높은 HPV 6·11·16·18형의 감염을 막으면서 남녀 모두 접종할 수 있는 4가 백신까지 나왔다. 접종 가능 연령은 만 9~26세다. 이 백신은 여성의 자궁경부·질·외음부암과 자궁경부 상피내 선암, 남녀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를 예방한다.

 HPV 백신은 6개월 내 3회 접종한다. 접종 전 전문의와 건강상태·효과·부작용에 대해 상담해야 한다. 접종 후에는 의료기관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상 반응 여부를 관찰한다. HPV가 일으키는 암을 예방하려면 남성도 정기검진과 건강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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