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내수 급속 위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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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속 질주하던 휴대전화의 내수 판매가 급속히 꺾이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에서 판매된 휴대전화는 총 1백10만9천여대에 그쳐 지난해 12월보다 20만대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백15만3천대)에 비해서도 4만4천대가 줄었다.

휴대전화 내수 판매는 지난해 11월(1백45만대)까지 고속성장을 하다가 12월 들어 전달보다 15만대가 줄어들더니 올 들어서는 하락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말.연초는 최대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내수 판매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2월 판매 대수는 1백만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화상태 신규 수요, 꽁꽁 얼어붙은 대체 수요=업계는 내수 판매가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대체 수요의 부진을 꼽는다. 현재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3천2백만명선에서 큰 변화가 없다.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그동안 신규 수요보다 대체 수요를 일으켜 판매를 늘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대체 수요조차 줄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출시된 신제품들이 디지털 카메라.캠코더 등의 기능을 갖춘 50만~70만원대의 고가제품이 대부분이라 대체 수요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KTF와 LG텔레콤의 공동대리점인 파라오텔레콤 정현수 사장은 "신규 가입은 별로 없고 단말기를 바꾸려는 사람들도 신제품가격이 비싸다보니 중고단말기를 가져오거나 고쳐 쓰는 경우가 많아 매출이 지난해 초보다 30%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내수를 살릴 마땅한 전략이 없다=업계는 줄어드는 내수 판매를 되살릴 전략이 마땅찮아 고민 중이다. 단말기 보조금이 없어진데다 정부가 출고가 이하로 파는 것을 강력히 금지해 휴대전화를 할인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또 주력 제품이 동영상이 가능한 3세대 제품으로 바뀌더라도 흑백 위주의 1세대, 컬러 위주의 2세대로 변할 때와 같은 폭발적인 수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초기 3세대 제품으로는 완벽한 동영상 구현이 힘든데다 콘텐츠도 부족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할 작정이다. LG전자 김종은 사장은 "내수에서는 3세대 제품 중심으로 수요를 유지하면서 올해는 해외 진출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키 위해 수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각각 15%와 55% 늘어난 4천3백만대와 1천9백만대로 잡았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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