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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야영 등 다양한 체험 … 학생들 몸으로 배려심 배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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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성격이 좋으면 사기를 잘 당한대요. 사람을 잘 믿으니까, 믿었다가 손해를 본대요.”(서울 강서구 A중 3학년 남학생)

 “친한 친구끼린 배려하기도 하죠. 반 안에 ‘계층’이 있어요. 나보다 낮다고 생각되는 애들한텐 배려를 전혀 안 해요.”(서울 동대문구 B중 2학년 남학생)

 중학생들은 타인의 처지나 감정에 대한 이해는 낮지 않다. 반면 남을 배려하고 적극 도와주는 태도는 약하다. 인성 중 사회성 영역을 이루는 네 가지 덕목 중 공감(76.4점)·소통(75.0점)·협동(69.5점) 지수는 전체 인성지수 평균(69.8)보다 높거나 비슷하다. 하지만 배려는 63.6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희대와 중앙일보가 중학생들을 심층면접해 보니 같은 반 안에서도 급우들 간에 ‘벽’을 높이 쌓고 있었다. 학생들은 대여섯 명 단위로 그룹을 이루는데 그룹 밖의 급우들에 대해선 배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A중의 한 2학년 남학생은 “학생마다 친한 그룹이 있고, 그룹이 다르면 잘 교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다 친하게 지내면 애들이 ‘어장 관리 하느냐’고 놀려요. 그러다 보니 많은 애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좀 힘들어요.”

 그룹 밖의 친구들에게 폐쇄적인 것은 여학생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C중 2학년 여학생은 “다른 그룹에 속한 친구들이 친한 척하는 것은 싫다”며 “그런 친구들은 우리를 이용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배려의 품성이 부족한 것은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의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성남시 D중의 한 교사는 “학생들은 친구를 배려보다는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며 “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친구를 밟고 일어서야 한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방과 후에도 학원 때문에 좀처럼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다.

 본지와 함께 중학생들을 심층인터뷰한 경희대 성열관(교육학) 교수는 “배려심을 길러 주기 위해 교육과정에서 수업과 체험활동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쟁 교육과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을 넘어 토론수업·야영 같은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익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아이들을 공부만 하는 수동적 주체로 보기보다는 자율성을 가진 주체로 봐야만 인성교육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는 “요즘 중학생은 형제가 적고 또래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부족하다”며 “놀이 등을 통해 몸으로 협동과 배려를 배우게끔 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성시윤·윤석만·이한길·김혜미·이서준 기자
◆경희대 연구팀=정진영(정치학)·김중백(사회학)·김병찬(교육행정)·성열관(교육과정)·지은림(교육평가)·이문재(현대문학)·김진해(국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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