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서 이틀 새 2조 빠져 … 금감원 "고객 돈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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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를 맞은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점차 커지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들 투자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증권을 통해 CP에 투자한 투자자는 1만5900명(4564억원), 회사채 투자자는 3만1000명(1조원)에 달한다.

 불안이 확산되면서 핵심 계열사인 동양증권의 고객까지 덩달아 이탈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3~24일 이틀간 동양증권 계좌에서 출금된 금액과 펀드 환매액이 2조원을 넘어섰다. 그룹 위기설에 불안해진 일부 투자자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해지, 펀드 환매에 나선 탓이다. 전국 각 지점에는 예탁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원금 보장 여부를 묻는 전화도 빗발쳤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긴급히 동양증권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4일 자산운용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동양증권은 우량회사”라며 “고객들이 특별히 동요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김건섭 부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더라도 계열사인 동양증권의 고객 재산 보호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양증권의 자산 건전성을 점검한 결과 고객 예탁금과 금융상품 투자 자금이 회사 자산과 분리돼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회사의 부실이 고객재산으로 옮겨붙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증권 증권계좌의 고객 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 별도로 보관돼 있고,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원금이 보장된다. 단기자금 관리나 월급통장 용도로 인기가 높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금도 종류에 따라 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과 동양증권 거래 은행들이 나눠 보관하고 있다. CMA는 원금 보장은 안 되지만 우량 국공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적다. 금융상품 투자 자금의 경우 주식·채권·신탁은 예탁원, 펀드는 시중은행에 맡겨져 있다. 동양증권이 자체 관리하던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투자 자금은 앞으로 금감원이 직접 통제해 안전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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