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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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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로마」 교황은 『눈에 보이는 「그리스도」라고도 말한다.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교황은 「베드로」로부터 천국의 열쇠를 받는다. 「베드로」는 예수의 12사도 중의 한사람이며 「가톨릭」 교회 사상 최초의 사재이다. 「베드로」가 교황에게 물려준 「천국의 열쇠」는 물론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 「천국의 열쇠」를 갖고 있는 교황은 이 지상에서 「그리스도」를 대행하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가톨릭」교의 모든 성직자들은 「성사」라는 이름으로 교회의 의전을 집행할 때도 「그리스도」의 명을 받은 교황의 명을 다시 받아 그 권능을 행사하는 것이다. 교황의 수위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존엄성을 잃지 않는다.
교리를 보면 교황의 『무류성』(infallibility)에 관한 설명이 있다. 지상의 교회를 다스리고 가르치는데 있어서 교황은 어떤 오류도 범하지 않는다. 신앙이나 도덕, 교회 행정, 그리고 교리 해석에 대한 교황의 언행은 「무류」라는 것이다. 교황이 추기경들에 의해 선출되고 나면, 지상의 모든 성직자들은 그의 발에 입을 맞춘다. 교황의 그와 같은 절대권에 복종한다는 서약의 표시이다.
「가톨릭」 교회가 중세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근세에 이르러선 교황은 오히려 『교회 외적인 존재』로도 존경받는 지위에 있게 되었다. 인류가 절망하고 있을 때, 인간은 그에게서 생명과 희망의 교시를 갈망하고 있다. 세계사의 풍파가 어지러울수록 그의 발언이 잦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바오로」6세는 63년 6월, 현대 물질 문명의 현란한 회오리 속에서 교황의 지위에 올랐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 가능성은 도무지 해소되지 않은 세계 정치의 정세, 인간의 가치가 물질 문명의 향락 속에 매몰되어 가는 현실, 종교가 다만 녹지 않는 소금같이 무력해진 상황은 그의 어깨를 그지없이 무겁게 해 주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어느 시대의 교황보다도 번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 교황이 이번에 「아시아」의 순방을 나선 것은 현대적인 「필그림」(성지순례) 인지도 모른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찾아보기 위해 이곳(아시아)에 왔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그에게 단도를 들이댄 「볼리비아」의 초현실파 화가-. 비록 그것이 한 예술가의 몽유병적 발작일지라도, 그 핏자국이 주는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볼리비아」라는 나라는 61년 독립이래 64년 사이에 무려 60여 회의 「쿠데타」를 겪은 혼돈국이다.
「바오로」6세는 이번 여로에서 그를 감히 암살하려는, 인간과 그런 인간적 상황이 엄존해 있는 충격 시대의 생생한 현실을 목격한 셈이다. 남은 여정의 평안함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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