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열차승무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하루만 더 쉬었다 갔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동생의 전송을 받으며 11시25분 진해역을 출발하여 창원에서 84열차에 승차했다.
기관차 바로 뒷간에 타게 되어 좀,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지정된 열차번호라 어쩔 수 없었다.
옆 좌석에 앉은 인자한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목적지인 천안에 도착했을 때 내릴 준비를 하고 문을 열고 나왔으나 양쪽 승강구가 모두 막혀있었다.
급한 마음에 반대편 승강구를 이용하여 내렸지만 저쪽에서 기차가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얼른 다시 올라 막혀진 승강구를 열어보려는데 열차는 다시 발차를 해버리고 말았다.
마중 나온 아빠의 실망과 걱정, 또 등에서 칭얼대는 현이가 나를 더 울상이 되게했다. 떨리는 몸과 마음이었다. 눈을 감고 신에게 나의 갈길을 인도해 주소서 하고 빌고싶도록 안타깝기만 했다.
그 때 마침 승무원이 지나가기에 잡고 사정을 말했다. 그분은 불안에 떠는 나를 안심시켜 주면서 다음 정착역인 수원에서 내리면 천안행 통근열차가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수원까지 다시 승차권을 연장해야 되느냐고 묻는 나에게 그 표로 그대로 가도 된다고 하며 만일 누가 표를 사야한다고 하면 내리지 못한 것만도 억울한데 왜 표를 또 사야하는가고 안사도 된다고 하더라고 까지 일러주었다.
수원역에서 잠시 시비도 있었지만 또 다른 친절한 안내원이 기차시간을 알려주고 또 천안역으로 전화까지 해주어서 나는 무사히 아빠를 만날 수 있었고 교통비를 더 지출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잘 열리지도 않는 열차문을 고치지도 않고 그대로 운행하는 교통부 당국에 항의를 하는 동시에 두분 승무원의 친절에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여행에 익숙하지 못한 가정부들,특히 시골사람들은 자주 실수를 하게 마련이며 실수를 했을 때는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더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게된다. 이런 딱한 일이 벌어졌을 때마다 승무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기를 다시 부탁하고싶다.
차장은<충남천원군풍세면풍세리513>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