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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의 연말 시련|10억 추가 군원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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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미대통령은 앞으로 1개월반밖에 남지 않은 제91차 의회의 회기 중에 중요안건을 내지 말아 달라는「휴·스코트」공화당 상원원내총무의 만류를 뿌리치고 19일 1억5천만「달러」의 대 한군원이 포함된 총10억3천5백만 「달러」규모의 특별 대외추가군사 원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닉슨·독트린」의 재정적 측면을 처음으로 시험한다는 점에서, 또 중간선거를 겪은 후의 의회가 「닉슨」행정부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가 처음으로 구체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의가 담뿍 담긴 이번 군원안은 그 처리과정에서 상당한 난관, 특히 중간선거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게될 몇 가지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번 군원안의 내용을 보면 두 가지 이질적인 요소가 범벅이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있다. 군원액 절반에 해당하는 5억「달러」가 「이스라엘」에 대한 군원으로 계상 되어있고 나머지가 한국「감보디아」자유중국 월남「요르단」「레바논」에 분배되어있다. 이중「이스라엘」「요르단」「레바논」 등 중동제국에 대한 군원은 그것이 그곳 세력균형 유지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반적으로 납득되어 있고 또 의회내의 친「이스라엘」세력이 강력히 이를 밀고 있어 의회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닉슨·독트린」과 직결되어있는「아시아」제국,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개입한계가 확실히 규정되어 있지 않은「캄보디아」의 경우 의회「비둘기」파의 반발로 원안대로의 통과가 어려운 전망이다. 「닉슨」대통령은 통과전망이 어두운「캄보디아」군원 (1억5천5백만「달러」)을 통과의 전망이 밝은「이스라엘」인 군원과 한데 묶어 일괄안을 제출함으로써 두 이질적 군원의 원활한 처리를 꾀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닉슨」대통령의 계획은 즉각적으로 요란한 반발을 촉발시겼다. 상원외교위원장이며「비둘기」파의 거두인「풀브라이트」의원은「이스라엘」원조와「캄보디아」원조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 둘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친「이스라엘」세력에 속하는 의원들은「이스라엘」에 대한 군원만 별도로 승인하고 나머지는 내년 92차 의회에 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의회가 이미 비행기의 무제한 공급과 기타 군 장비를 유리한 차관조건으로「이스라엘」에 판매할 수있도록 승인한바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많다.
대「캄보디아」군원에 대한 반발은 그와 같은 원조가 미국의 월남개입의 반복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반전파의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풀브라이트」의원은 상원외자위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캄보디아」로 파견키로 결정을 내리는 한편『대「캄보디아」원조는 미국이 월남에 개입한 방법과 아주 흡사하다』고 경고했다.
또「맨스필드」상원민주당 원내총무는 군원안 처리의 조건으로 동남아의 한국으로부터의 미군감축을 가속화시키고 미군이 중동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행정부의 확약을 요구하고있다.
「닉슨」대통령의 일괄 군원안은 또한 미국내 재정면에서도 압력을 받고 있다. 내년 6월30일에 끝나는 현 회계연도 예산중「닉슨」행정부는 이미 1백20억「달러」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데 10억「달러」의 추가 군원이 승인되면 그 전액이 이 적자에 추가되는 결과를 빚게된다.
「멜빈·레어드」국방장관은 최근의 한 연설을 통해서「닉슨·독트린」이란 미군의 개입을 줄이는 대신 당사국의 자위능력을 키워주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국능력를 요구한다고 역설하여 이번 추가 군원 통과를 간접지원 한바 있다.
그러나 양원의 다수의석을 차지하고있어 추가 군원의 통과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민주당의 입장을 생각해 볼때 그들이 호의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냐하면「닉슨」행정부는 『돈 잘 쓰는 민주당의회 때문에 미국경제가 이꼴이 되었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국내경제 불황의 책임을 민주당의원들에게 밀었기 때문에 그들이 적자 군원을 밀어 행정부측 공박을 지원해줄 것 같지는 않다.
거기다가 지난 중간선거에서「닉슨」대통령의 집중공격으로 낙선한「고어」「구델」「타이딩스」등 진보파 의원들이 마지막 임기 중에 극력 반대활동을 벌일건 분명하다. 「휴·스코트」원내총무가 금년 내에 중요의안을 의회에 내지 말아달라고 「닉슨」행정부에 요청한것도 바로 이러한 선거후유증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편「풀브라이트」외자위원장은 추가 군원안을 연말 안으로 매듭지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제 난점 때문에 자칫하면 이 원조안이「닉슨」대통령이 즐겨 말하는 이념적 다수, 즉 보수세력이 약간이라도 강화된 다음 92차 의회에 가서야 지출승인까지의 절차를 마치게 될지도 모른다. <장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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