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시장, 다시 고개 드나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황의영기자] 국내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8·28 부동산대책 발표 전후로 조금씩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는 단지 위주로 시세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추석 연휴 이후 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일지 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단지의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올 연말까지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닥을 치고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조인스랜드부동산에 따르면 5월 이후 줄곧 하락하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중순부터 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 중심으로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주공, 잠실 주공5단지 등은 한 달 새 시세가 평균 3000만~4000만원가량 뛰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고 8·28 대책 발표 시점이 겹치면서, 급매물이 빠지며 시세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 호가(부르는 가격) 상승을 넘어 실제 거래까지 연결되는 분위기다.

사업 속도·바닥 심리 기대감에 상승세 '무게'

추석 이후에도 이런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진척되는 재건축 단지가 많고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전반적인 재건축시장 상황이 양호한 만큼 가격이 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사업 추진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 봤다.

기본적으로 입지여건이 뛰어나고 물량이 한정돼 있는 만큼 수요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올 가을 들어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 물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분양시장에서 부는 온기가 강남 재건축시장 전반에 빠르게 퍼져나갈 것이란 분석에서다.

실제 청약 열기가 뜨겁다. 서초구 잠원동의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잠원'은 12일 1~2순위 청약 접수 결과 평균 25.6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최고 경쟁률은 무려 184대 1로 전용 104㎡ D타입이 차지했다.

10~11월에는 논현동 'e편한세상 경복'(경복아파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역삼동 '역삼자이'(개나리6차), 대치동 '래미안 대치청실'(청실아파트) 등이 분양 바통을 이어받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다. 9월 국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재건축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남구 개포동 행운부동산 장유신 사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 폐지 등이 현실화돼야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근 재건축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경.

잠실 주공5·개포주공·반포주공1단지 유망

그렇다면 추석 이후 눈여겨 볼 만한 재건축 아파트는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사업 속도를 내고 있는 잠실동 주공5단지와 개포동 주공단지, 반포동 주공1단지 등 세 곳을 유망단지로 꼽았다.

재건축 추진위원장을 새로 뽑은 잠실 주공5단지는 늦어도 올해 안에 조합 설립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조합 설립 동의율이 최근 74%에 육박하며 설립요건(75%) 턱밑까지 올라온 상태다. 이대로 라면 11월 초에 조합설립 총회를 열지 않겠냐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전망이다.

개포동 주공단지들도 사업 추진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주공4단지가 조합설립을 앞두고 있고 1~3단지는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건축심의가 통과되면 조만간 사업시행 인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포 주공1단지 1·2·4주구는 지난 10일 서초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으며,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마친다는 게 조합 측 구상이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이들 단지는 하반기에 사업 속도를 높이고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