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노사 "청년 일자리 늘리려 신입사원 초봉 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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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보건사회부 사회보장 장관은 지난 9일 “복지제도를 늘리면 늘릴수록 사람은 일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사회보장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방한해 연 기자회견장에서다. 고려대 이경태(전 OECD대사)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부의 장관이 이런 말을 했다면 설화(舌禍)에 휩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웨덴의 노조는 크리스테르손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달 말 기자와 만난 스웨덴 최대 노총인 LO(생산직 노총)의 라세톤 국장(노동과 삶 균형 부문)은 “처음엔 실업연금 개혁 등에 반대했지만 결국 보수당의 정책이 맞았다”며 “일하려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LO도 스스로 개혁 조치를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LO는 최근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신입사원의 초봉을 삭감하기로 스웨덴 경총(SAF)과 합의했다. 기존 초봉의 75% 수준에서 채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라세톤 국장은 “지난해부터 1년6개월간 협의를 했다”며 “일자리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스웨덴의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합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기업은 청년 사원들을 대상으로 기술 교육을 강화해 향후 숙련공으로 키우기로 약속했다. 국내 일부 대기업이 자녀의 채용우선권 등을 주장하며 ‘세습 고용’을 단체협약에 명시하는 것과 정반대다.

 노르웨이나 스웨덴·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임금도 무턱대고 올리지 않는다. 노르웨이 경총(NHO)의 헨릭 문테 법률고문은 “경쟁국의 임금과 생산성을 기초로 노조가 임금협상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을 해칠 만한 임금 인상은 없다”고 소개했다. 스웨덴 LO의 라세톤 국장도 “독일이 우리의 가장 큰 경쟁 상대”라며 “마냥 임금만 높이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실업률만 높아진다. 그래서 수출대상국과 경쟁국의 임금인상률을 고려해 임금을 정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임금 인상을 하기보다 생산성을 올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조합원의 일자리를 지키는 길이라는 얘기다. 이를 라세톤 국장은 “우리는 노사 간 댄싱(Dancing)을 한다”고 표현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달라며 파업을 벌인 것과 대비된다.

스톡홀름·오슬로=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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