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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긴 흥정 핵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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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과「이집트」의 휴전위반, 소련의 완강한 대 「베를린」양보 거부, 「쿠바」내 소련 잠수함기지 건설, 소련의 전반적인 호전적 자세로 미·소 관계가 다시 싸늘해진 가운데 미소의 전략 무기제한 회담(SALT)이 11월 2일 「헬싱키」에서 속개된다. 69년 11월의 「헬싱키」 예비회담과 70년 4월 16일에서 8월 18일까지 계속된 1차 본회의에 이어 3번째로 열리는 이번 회담은 「크리스마스」직전에 폐회하고 내년 봄 「빈」에서 제3차 본회의를 속개하리라 한다.
SALT의 기본성격은 「핵 철폐」나 「축소」 보다는 「핵 균형」을 확정짓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미·소 양측의 핵 전력의 상대적 안정을 구하자는 것. 그래서 핵의 대등 관계가 성립되면 쌍방의 핵 전략은「제로」로 돌려지고 그 대신 각자는 자기의 「공인된」 세력범위 안에서 통상병력에 의한 행동의 자유를 갖게된다는 것이「조셉·올섭」의 진단이다.
이 말을 뒷받침이나 하는 듯이 미·소는 회담장소로서 세계 군축의 수도 「제네바」를 외면하고 있다.「캄보디아」진공이나 중동사태의 영향도 완전히 배제할 만큼 철저한 정치적 진공상태에서 일관한 회담내용은 일체 외부로 누설되지 않고, 미국이 회담상황을 보고한 유일한 상대방은「제네바」군축위가 아닌 NATO 상임이사회였다고 한다. 따라서 싸늘해진 미·소 관계가 「헬싱키」 회담엔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핵 군축의「멀고도 긴 길」을 발단시킨 SALT에서 미·소가 숱한 난점을 순식간에 매듭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 전략무기의 정의만 해도 그렇다. 소련은 『상대국에 도달하는 핵무기』만을 문제시하자고 주장, 「유럽」에 주둔하는 미국의 전술 공군력과 해군력까지 제한하자고 한다. 그 공군기들이 핵 폭탄을 소련에 운반 투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그것이 「전략」무기가 될 수 없다고 주장, 그렇다면 서「유럽」을 향하고 있는 소련의 중거리 「미사일」 7백 기도 철거하라고 맞섰다. 그러나 소련은 그것이 미국을 향하고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그 다음 큰 「이슈」는 미국의「미사일」요격망(ABM)과 소련의 SS-9「미사일」의 흥정이다.
소련이 5「메가톤」급 탄두 3개를 장비 한 SS-9 「미사일」개발을 서둘러 75년까지 4백20기를 배치할 기미를 보이자 미국은 교섭상의 우위를 학보하기 위해 ABM 배치를 증가했다. 기왕의「몬태나」및 「사우드 다코타」 ABM기지 외에 두 곳에 ABM기지를 증설하는 안에 미 의회가 「오케이」한 이면에는「레어드」국방의 대소 최후통첩(?)이 있었다는 설이 있다.
즉 소련이 SS-9를 동결하면 미국도 신설 ABM기지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그 시한은 미국의 70년 중기의 전략적 전망이 「커버」할 71회계 연도 이내라고 해, 이 홍정이 내년까지 끌 가능성이 있다.
반면 소련은 미국 ABM망 증설을 역습하려는 듯 지난 7월말 FOBS (부분궤도 폭격망)를 개발했다. 이것은 남극을 경유해 미 본토의 B-52공군기지와 도시를 공격할 수 있어 북방으로부터의 ICBM을 경계하고 있는 기존 「레이더」 시설을 무용하게 만든다고 한다.
어쨌든 지난 회기에서 쌍방이 의견 교환한 대상은 이것 말고도 ABM을 「워싱턴」과 「모스크바」일원에 국한하자는 것과, 「미사일」과 전략폭격기 등 위반 수단의 수량상의 상한선을 2천으로 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제안한 이 안에 따르자면 미국은 현 수준에서의 동결을, 소련은 그 선까지의 추적-즉 확대를 하는 것이다.
이런 난점에도 불구하고 타개책이 전무 한 건 아니다. SS-9이 『너무 크고 거추장』스럽고, 미의 ABM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겠느냐』는 미국내의 의구심 때문에 적당히 흥정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그리고 「유럽」 주둔 미 전술공군과 소련의 대 서구 「미사일」건은 구주 안보회의니, 동·서구 화해니 하는 「유럽」 의 「유럽화」추세에 떠맡기자는 것이다. 29일의 「브뤼셀」 NATO 국방상 회의가 주목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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