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훈…금자탑을 세우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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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타율 3할8푼3리4모의 일본신기록을 세운 장훈의 결정타는 그가 전가의 보도라고 말해온 번트·히트였다.
지난 9월15일의 대 롯데·오리온즈와의 경기에서 장훈은 그의 타율을 3할9푼6리까지 올려 4할에 도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왼발 아킬레스건통이라는 불의의 장애를 만나 정신적으로 포기상태에 빠졌었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또 하나의 도전은 일본 최고 타율.
사실1951년 도오뀨(동급) 플라이어즈의 오오시다(대하홍=전동영 감독)가 세운 3할8푼3리1모는 깨기 어려운 기록으로 간주되었다. 그것은 당시의 게임수는 89게임으로 현재의 1백30 게임 보다 41게임이 적지만 무엇보다도 한여름 고달픈 계절에는 쉬고 춘추리그로 경기를 진행했기 때문.
장훈은 올해 그의 도오에이(동영) 팀이 89게임을 소화한 시점에서는 3할8푼9리의 타율을 유지했으므로 실제로 그 기록을 깬 것이라고 일부 팬들이 주장하자 『나 자신도 그런 해석은 납득 못한다. 시즌 끝에 이 기록을 깨고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었다.
대 기록을 수립한 지난 18일은 그의 12년의 프로 야구선수생활에서 가장 찬란한 금자탑을 세운 날.
그날 니시노미야(서궁) 구장에서는 도오에이 팀이 항뀨(판급) 브레이브즈와 더블·헤더를 가지는 날인데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장훈의 타율은 절망적(?)인 3할7푼9리였다.
항뀨에는 장훈을 가장 괴롭혀온 야마다(산전)와 이시이(우정무) 등 소위 하리모도·킬러가 있어 불길한 생각도 없지 않았다.
첫 경기는 12시에 2천명의 관중 앞에서 시작되었다.
항뀨의 선발투수는 3년 전에 최고수훈선수상을 받은 아다찌(족립). 제1타석은 2회초 쇼트 내야 안타.
제2타석 역시 3회초 아다찌로부터 중전안타. 제3타석은 5회초, 장훈이 들어섰을 때 세 번째 투수 미야모도(궁본)가 나왔다. 장훈은 미야모도의 초구를 때려 중전안타. 이 시점에서 장훈의 타율은 3할8푼2리9모로 오오시다의 타율보다 2모 부족. 제4타석은 미야모도로부터 라이트·플라그를 뺏겼다.
제5타석. 9회초 선두타자로 장훈이 나오자 항뀨의 니시모도(서본)감독은 장의 기록 경신을 저지하기 위해 장훈 킬러인 기교파 투수 야마다를 등판 시켰다.
장훈과 야마다의 대전성적은 18타수2안타의 1할1푼1리.
여기서 장훈은 『한번 빼 보아야겠군』하면서 그의 전가의 보도인 번트·히트를 노렸다. 제1구 볼을 그냥 보내자 제2구가 인코너로 낮게 날아왔다. 장훈은 이것을 야마다의 오른쪽으로 살짝 번트했다.
자신만만한 야마다도 뜻밖의 번트에 놀라 당황하여 볼을 건졌을 때 장훈은 퍼스트·베이스 위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장훈의 올해 전적은-1백25 게임 출전, 타석 5백37, 타수 4백59, 안타 1백76, 홈런 34, 2루타 16, 3루타 2, 루타 2백98, 타점 1백, 사사구 72, 도루 16, 삼진 36, 출루수 2백48, 출루율 4할6푼6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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