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은하수를 붙잡은 산 … 한라를 알면 탐라가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조선 후기의 네 폭 병풍그림 ‘제주도도(圖)’ 중 백록담(부분). [사진 국립제주박물관]

‘은하수 한(漢)’에 ‘붙잡을 라(拏)’, 은하수를 끌어당길 정도로 높은 산이란 뜻에서 ‘한라산(漢拏山)’이라 했다. 1950m 높이로 우뚝 선 이 산은 제주도 역사와 문화의 모태가 됐다. 국립제주박물관이 11월 3일까지 여는 특별기획전 ‘한라산’은 그림과 지도, 옛 유물 등을 통해 한라산의 역사성을 조명하는 자리다.

 뭍에 사는 이들에게 제주도는 유배지이자 미지의 땅이었다. 워낙 오고 가기 힘들었던 탓에 백두산·지리산처럼 다양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전시에는 한라산과 관련된 문화재 80여 점이 나온다. 화산활동 기록 등 인문지리적 자료에서 시작해 한라산의 특산물과 말 문화를 보여준다. 조선시대 진상품이었던 제주 말에 대한 기록이 담긴 ‘보초등록’(報草謄錄·도유형문화재 제30호)과 태조 이성계가 탔던 제주명마 응상백(凝霜白)을 그린 ‘팔준도첩’(八駿圖帖) 등이 소개된다.

 1702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형상은 제주의 물산을 꼼꼼하게 기록한 ‘남환박물’(南宦博物·보물 제652-5호)을 남겼다. 그의 명을 받아 화공 김남길이 그렸다는 채색화첩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보물 제652-6호)는 18세기 초 제주도의 지형과 건축, 풍물을 보여준다. 어렵사리 제주 땅을 밟은 이들은 ‘신성한 산’으로 여겨졌던 한라산 등반을 꿈꿨다. 제주도 유배가 풀리자마자 한라산 유랑을 떠났다는 면암(勉菴) 최익현의 초상(보물 제1510호)과 제주 토박이인 김희정이 쓴 한라산 등반기록, 한라산 신선사상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김홍도의 ‘군선도’(보물 제527호) 등도 나온다. 무료. 064-720-8000.

이영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