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불교 일체화의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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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불교 일체화운동을 14나라 78명의 불교 지도자들이 모인 「세계 불교 지도자대회」가 10일 서울에서 개막, 12일 폐막됐다. 우리나라 불교사상 가장 큰 국제적 성사로 얘기되는 대회의 성과는 어떤 것인가 .대한불교 조계종은 이 세계규모의 초 종파적으로 대회를 위해 67년부터 이청담 이능가 스님을 중심으로 추진, 지난 4월 홍콩의 세계불교 홍법대회를 계기로 구체적인 대회준비가 이루어졌다.
이 대회는 ①세계적으로 불교가 한 덩어리가 되는 길 ②세계평화와 인류행복을 위한 불교이념의 적용이란 두 가지 의제를 논의했다. 그 결과 세계불교 일체화를 위해 세계불교 연합을 창설, 이를 서울에 둘 것에 합의했다.
세계적인 불교기구들, 가령 세계불교 우의회(인도), 세계승가회의(실론), 세계불교 사회봉사회 (월남)등이 이미 구성되어 있고 활동하고 있는데 또 범세계적인 불교기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운 강력한 반발도 있었다. 그러나 대회는 한국 측의 의도대로 새로운 상설기구를 만드는데 동의한 것이다.
이 기구는 세계 각 국의 단위 불교회를 평등원칙으로 구성하고 삼보교지를 준수함으로써 『하나의 세계·하나의 동포』의 이념을 통해 국제간의 협동평화운동을 일으킬 목적을 내세웠다.
대회는 또 세계평화와 인류복지를 위한 방법으로 유물주의·공산주의를 극복하며 탈공업화사회의 인간소외현상을 초극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각 종파 불교가 정신적 유대를 통해 협력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대회 측은 이 대회를 계기로 한국불교가 공신력을 회복하고 앞으로 새 방향을 설정할 수 있으며 민족정신의 구심점으로서 공헌할 뿐 아니라 세계불교에 있어서 주도 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있다.
이 대회를 통해서 심지어 ⓛ국제적인 정치지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②강력한 반공·민간외교기반을 조성하며 ③종교계 정신지도자를 망라한 「세계정신「유엔」기구」창설도 추진하고자하는 것이다. 나아가 74년에는 「세계정신 지도자대회」까지 펼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들이 실제로 전개가 가능한가는 현재로선 극히 회의적이다.
꿈이 큰 만큼 너무 공허하지 않을까 우려를 사고있는 것이다. 세계로 향하는 비약의 움직임 속에는 참다운 민중의 의지가 될 종교, 버림받은 자들의 친구로서 일할 자세가 앞서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즉 종단내의 분규, 타락한 승려들의 저열한 수행 같은 좋지 않은 인상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사라지도록 노력하는 일이 앞서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적인 모임이나 기구에 있어서 태고종 등 국내 여러 불교종단들도 참가할 수 있는 협동적 체제구성을 위해서도 불교계는 크게 깨달아 대 자비심·대 보제심을 발해야한다는 것이 이번 대회에 대한. 불교계의 반성으로 집약된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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