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예 전연 없어|자기 자본없고 기획성 모자라|혈추한 70밀리 제작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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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화제작은 흔히들 도박과 같다고 말한다. 한번 손대면 계속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재기를 위해 몸부림 쳐야만하고 4,5평만 하더라도 한편만 하면 본전을 건진다는 도박성 때문에 많은 사람을 울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의 배우였던 김승호씨의 목숨을 앗아갔고 최무룡-김지미부부를 갈라 놓아야만 했고 또 최근에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배우· 김진규씨의 가정에 불화의 씨를 낳기도 했다.
영화제작자본에 있어서는 제작자가 자기자본으로 제작하지 않고 90%를 남의 자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데서부터 문젯점이 있다.
제작자금이 달리는 제작사는 영화를 만들기드 전에 지방 흥행사에 입도선나 해야하고 또 이들로부터 받는 돈도 대개는4∼5개윌의 연수표이기 때문에 다시 고리의 사금를 얻어 써야 하는 등 자금의 회전은 되지 않고 악순환만 거듭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작계에 영화배우가 손을 대어서 성공한 예는 아직 한번도 없다. 고김승호씨 조항식씨가 그랬고 장동휘, 독고성, 최무룡씨의 예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김희중· 신영균씨가 공동제작한 『저것이 서울의 하늘이다』 도 흥행성과가 신통치 못했다.
배우들이 제작에 손을 대는 이유는 제작자들의 간섭을 벗어나 자유롭게 제작하기 위해, 주연을 겸하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또 이와는 달리 떨어지는 인기를「커버」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배우제작자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이들이 기획성이 없어 장삿속의 제작자들이 만들 수 없는 색다른 영화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며 내용이 대동소이할 때는 이들이 전문적인 제작자보다 못한 것이 당연하다고 한 영화관계자는 말한다.
배우 김진규씨가 연기생활 26년을 총결산하는 사업으로 제작에 착수한 『영웅 이순신』은 초기화면에 특수해진 신을 담는 방화사상 최대규모의 영화로 기획되었었다.
충무공의 영화화는 지금까지 몇번 시도되었으나 성공한 예는 한번 밖에 없다. 그러나 63년의『이순신』 (전지목감독)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68년의 『난중일기』 (정태규제작) 는 지금까지 3분의1을 촬영한 채 중단상태 이며 69년에는 태창에서 기획했다가 포기한(영화사측은 보류라고 함) 예도 있다.
『영웅 이순신』 의 제작의도는 높이 살만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초대작영순를 만들 필요성이 있느냐는데 영화계 일부에서는 의문을 표시하고있다.
우선 5천여만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어 좁은 국내시장에서 수지계산이 맞느냐 하는 문제와 그렇지 않으면 외국에 수출할 수 있을 만큼 기술과 내용면에서 짜여진 영화냐 하는 것이다.
충무공의 영화화하는 범국민적인 성격을 띤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무리한 대작영사보다는 가능한 한도내에서 착실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러 영웅을 위하는 길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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