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년간 신차 22종 출시 … 유럽 점유율 5%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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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마크 홀 현대차 유럽법인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 신형 i1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현대·기아차]

현대자동차가 4년 안에 신차 22종을 내놓으며 유럽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2017년 유럽 시장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1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메세 전시장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신형 i10을 공개했다. 앨런 러시포스 현대차 유럽법인 수석부사장은 “현대차는 유럽시장에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며 고용과 세수에 기여하는 등 ‘유럽 현지화’를 이뤄냈다”며 “오늘 새롭게 선보이는 소형(A세그먼트) 승용차 i10은 유럽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i10은 2008년 선보인 이후 11만 대 이상 팔린 i10의 모델을 변형한 것으로, 차량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유럽에서 진행한 전략모델이다. 지금까지 유럽을 겨냥한 소형차는 인도공장에서 생산했으나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부터 터키 공장으로 생산라인을 이전했다.

 신형 i10 공개 후 기자들과 만난 마크 홀 현대차 유럽법인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현대차의 유럽시장 점유율 5% 달성을 위한 ‘프로덕트 모멘텀 2017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내년 신형 i10을 7만4000대 판매하겠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신차 발표를 미뤄왔지만 올해 출시하는 신형 i10을 필두로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면서 다시 성장세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홀 부사장은 “원래 2015년까지 시장점유율 5%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시점을 늦췄다”며 “2016~2017년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08년 1.8%에서 2010년 2.7%, 2012년 3.4%, 올해 상반기 3.5%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날 모터쇼에서 공개한 신형 i10은 유럽 공략의 시작점이다. 연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35 출시, 내년 i20 후속 모델 출시가 예정돼 있다. 홀 부사장은 “감성품질 향상이 현지화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유럽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트나 운전대의 촉감, 내외부 디자인과 마감 내장재 등 감성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유럽 차들과 경쟁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다만 프리미엄급 차량 출시 계획은 없다. 홀 부사장은 “아직 유럽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아 지금 바로 에쿠스나 제네시스를 출시하면 실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5년간 꾸준히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후 프리미엄급 차량 판매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유럽에서 시장점유율 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디자인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상품 경쟁력 ▶브랜드 인지도 ▶로열티를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현대차의 올해 유럽시장 판매 목표는 지난해 대비 6.5% 감소한 41만5000대다.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9% 줄어든 21만2000대를 판매했다. 홀 부사장은 “신모델의 가격과 성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브랜드를 중시하는 유럽 고객들에게 믿고 고를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48~49%인 현대차의 재구매율을 폴크스바겐과 같은 60%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홀 부사장의 목표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 신형 i10과 내년 월드랠리챔피언십에 참가할 i20 월드랠리카(WRC)를 비롯해 벨로스터 터보, 그랜드 싼타페, ix35 수소연료전지차 등 차량 18대와 주요 엔진을 전시했다.

 ◆유럽형 모델 디자인은 유럽에서=신형 i10을 비롯해 내년에 출시될 i20과 판매 중인 i30·투싼ix 등은 토마스 부르클레 수석 디자이너의 손에서 시작된다. BMW에서 3시리즈와 6시리즈 쿠페 등을 디자인했던 그는 2005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패밀리룩을 만들어냈다.

 - i10은 어떤 차인가.

 “과거와 달리 젊은이들은 물론 자식을 내보낸 장년층도 주차가 편하고 운전하기 쉬운 작은 차를 찾고 있다. 작지만 품질 좋은 가죽시트, 열선이 깔린 운전대 등을 갖춘 i10은 이런 수요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우아하고 단단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경복궁 지붕의 우아한 곡선과 빠르고 트렌디한 한국의 삶이 모두 영향을 준 것 같다. 단순함을 즐기는 유럽인은 처음에 낯설어했지만 곧 적응했고 이를 유럽식으로 재해석한 현대의 i시리즈를 사랑한다.”

 -현대차의 매력은.

 “폴크스바겐 등은 자신들의 디자인만을 고집하는 반면 다양한 대륙 출신의 인력이 참여하는 현대차는 한국의 유산과 서구의 정신이 조화된 예쁜 차가 나온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디자인 수장 회의에서도 한국과 유럽·북미의 동료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

프랑크푸르트=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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