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지명 파장 속의 신민 당권|11월 전당대회로 향하는 집안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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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월 정기 전당대회를 향하는 신민당의 집안사정은 29일의 지명대회가 남긴 문젯점들로 인해 착잡하다. 11월 대회의 촛점은 당권조정과 선거체제 구축이지만 이 경우 당위와 현실적 여건이 요구하는 필요가 어긋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후보 지명이 당수 추천을 뒤집었다는 것은 그 저변에 깔린 무엇이 있을 것도 같다는 항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어떻든 당수에 대한 불신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새 체제는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다. 또 지명전 양상이 앞으로의 야당 주역은 40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을 실증해 보인 것이라면 당수의 서투른 조정으로 인해 패어진 40대간의 감정의 계곡을 메우는 협조체제 역시 당위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선거 직전에서 당권 경쟁이 몰고 올 불협화음, 그로 인해 입는 손실을 고려한다면 경쟁 아닌 조화가 모색돼야 한다는 필요 역시 절실하다.
어쩌면 당위와 필요의 절충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겠지만 71년 이후를 내다보는 포석과 관련한 40대 세 사람, 40대와 노장, 그리고 주류, 비주류의 이해가 칡덩굴처럼 뒤엉켜 있다는데 어쩔 수 없는 대립과 경쟁, 그로 인한 갈등을 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주류선 현 체제유지 전략>
주류 동향을 보면 당권 경쟁을 통해 지명대회에서 겪은 당수의 실추된 권위를 만회한다는 전의가 엿보인다.
유진산 당수는 30일 양일동·고흥문·김의택. 이민우씨 등 그의 막료들과 일련의 회의를 가진 뒤 ①11월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②당수의 재 신임을 통해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기본 전략을 세웠다.
주류 계는 당내 단일 파벌로는 가장 강력하다는 점에서, 당권이라는 고지를 장악하고 강력한.
여기에 정성태·정해영·윤길중·신도환씨 등 신 주류도 건재한 것 같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주류의 강자였던 김영삼씨가 지명전에서 주류의 협조가 거의 없었다고 결론짓고 있다면 주류 결속에 심각한 상처를 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아직은 미지수이고 그의 감정은 어떻든 결국은 주류에서 재기의 기반을 닦을 수밖에 없다면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비주류의 구상은 아직 표면화되지 않고 있고 그들로서도 아직은 시간을 두고 조정해야 할 문제가 있다.

<비주류는 강·수량면 전략>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선거를 치르기 위한 후보체제를 내걸 명분이 있고 지명대회 역전승의 여세를 몰고 갈 것이라는 점이다. 비주류의 얘기를 정리하면 대체로 두 갈래다..
하나는 김대중씨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유 당수와 현 지도체제에 대한 분명한 불신임으로 간주하고 집단지도 체제로 개편하자는 움직임과 다른 하나는 이보다 약간 온건한 입장이라 할 수 있는 유진산 당수와 현 당헌은 그대로 두되 정무회의 구성을 바꾸어 비주류의 영향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김대중 후보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후보 중심의 선거 체제 구성이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아직은 주류·비주류간의 마찰을 피하고 싶기 때문에 가능한 한 유진산 당수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주류·비주류와 당내 노·소장간의 단결을 모색하는 태도다.

<40대 당권엔 많은 난제>
그러나 후보 지명을 받는데 이철승씨 계로부터 결정적 도움을 받았던 김 후보에 대해 이씨계 사람들로부터 김 후보가 지명대회장에서 당권 경쟁을 확약한 이상 그 확약은 지켜야한다 고 얘기하고 있다.
거당적 선거체제, 주류와 비주류 결속, 그 틈에 선 김 후보의 향방에는 고민이 깔려 있는 듯 하다.
40대의 결속이라는 문제 김 후보가 이철승씨와 지명전 최종「라운드」에서 결정적으로 제휴했고 그 제휴에서 이뤄졌던 약속이 있었다면 이를 지키는 것으로 문제는 풀린다.
김영삼씨가『혼연히 협조하겠다』고 한 점에서 선거전에서의 협조는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그는『정치는 속임수를 써서는 대성하지 못한다』고 했고『정치는 신의가 제일』 이라는 말로 몇몇 사람에게 할말을 삼키고 있음을 암시했다.
김 후보는 호남 세와 함께 영남 세를 고려할 때 역시 김영삼씨와 이철승씨와의 틈에 끼게 되고 셋은 또한 선거후의 당권 경쟁에서 서로의 이해가 상반돼 있다. 또 하나 남는 문제는 노장과 소장간의 조화다.
유 당수는 71년 선거로서 그의 당권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이재형씨를 비롯한 노장층이 40대 주역에「바통」을 넘기고 물러설 결의가 있는 것인가.
적어도 지명전 전에는 진산에 대한 제1의 도전자였던 이재담씨가 지명대회 후에는『아직은 당수를 바꿀 시기가 아니다』라는 태도다.

<구 민주당 계서 입당 고려>
결국 유 당수나 이호문이 40대 주역에 선뜻「바통」을 넘길 것 같지 않고 이것은 11월 대회에서 71년 이후를 내다보며 노장의 시대로부터 40대로 넘어가는 시간을 늦추고 그 과정에서 그들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제시될 재야 세력의 단합이다.
이미 김 후보는 윤보선씨와 만나 화기 있는 대화를 했고 윤씨와 함께 국민당 창당에 나서 있는 구 민주당 신파인 김상돈·김선태씨 등이 신민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고 김 후보도 이들과 접촉하고 있다. 유당수로 볼 때 이 세력은 진산 시대의 종말을 채찍질하려는 사람들이다.
이 상충 관계가 어떤 형태로 펼쳐질지 아직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대회 전후에 바람을 안고 올 것만은 분명하다.
이 같은 여러 갈래의 움직임과 상관관계는 지난 1윌 전당대회이래 범주류를 형성, 강력한 당권을 행사해온 유되어 그 폭과 방향이 결정지어질 것 같다.(허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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