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 속에 신인 발굴의 명분 살린 아이다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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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자경 오페라단이 여섯 번째로 내놓은 아이다 공연이 지난 24일부터 시민회관에서 막을 올랐다.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와 이디오피아의 공주 아이다 사이에 얽힌 비련을 줄거리로 한 이 오페라는 베르디의 수많은 오페라 중에서도 규모의 크기로나 음악적 비중으로 보아 최대의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첫날밤의 라다메스 역을 맡은 박성원씨는 개선장군의 의젓한 면모와 사랑의 희비를 무난히 살렸으나 고음이 흩어졌고 서정적 표현이 딱딱한게 흠이었다. 소리를 조절하는 의식보다 힘에 의존하는 타성 때문이라고 할까. 필요 이상의 힘을 제거하고 부드럽게 소리를 이어주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다 역의 박성연씨는 성량은 작지만 위아래가 탁 트인 맑은 창법으로 비탄하는 여인상을 잘 나타냈다.
3막에서 들려준 아리아 『나의 조국』은 이를 증명한다. 기대를 걸어봄직하다. 이에 못지 않게 암네리스 공주 역의 강화자씨도 듬직한 연창으로 갈채를 받았는데 특히 람세스 역의 강병운씨의 등용은 이 오페라단이 내건 신인 발굴이라는 명분의 더욱 빛냈다할 것이다. 그리고 이날 밤 가장 뚜렷하게 가사전달을 해준 이집트왕 역의 강용섭씨와 이디오피아왕 역을 맡은 김원경씨의 호연도 함께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밖에 임성남씨의 안무는 악상에 적절한 감을 주었으나 연습부족인 듯 했고 최연호씨의 장치는 크게 흠은 없었으나 2막2장에서 개선장군을 환영하는 궁전의 원경을 더 작게 해서 하늘의 공간을 살렸으면 싶었다.
시작은 있어도 끌고 나가는 기력이 아쉬운 우리 악단의 현실적 여건에서 불과 3년에 걸쳐 6회의 공연을 맞은 이 오페라단은 우선 그 끈기와 정열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반주는 홍연택씨 지휘의 국립교향악단) [김기정(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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