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체육고등학교 체육관에 베트남 태권소녀들이 나타났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미소가 환한 베트남 태권도 여자 대표 13명이 정진희(27) 감독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 26일까지 조선대·한국체대 등을 돌며 태권도 종주국 한국에서 훈련한다.
이들을 초청한 건 CJ다. CJ는 베트남에 O쇼핑(홈쇼핑)·뚜레쥬르(제빵)·CGV(영화관) 등 7개 계열기업이 진출했다. 장복상 CJ 베트남지역본부 부사장은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적극 후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태권도를 지원해 온 CJ는 지난 5월 20일 베트남 정부와 공식 후원 협약을 맺었다. 2019년까지 매년 2억~3억원 규모를 지원한다. 베트남은 감사의 표시로 훈장을 수여했다.
CJ는 거스 히딩크가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에 도움을 준 것처럼 베트남이 태권도에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길 기대하고 있다. 태권도를 통해 베트남 사람들의 가슴에 한국과 CJ를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빵과 영화만 파는 게 아니라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꿈을 베트남에 수출하겠다는 포부다.
베트남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태권도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러나 열악한 여건 탓에 더 성장하지 못했다. 80개의 태권도장이 있지만 생활체육 수준이다. 엘리트 선수들의 기량은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남녀 태권도는 모두 1회전 탈락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전자 호구를 갖추면서 기량이 한 단계 발전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 감독은 “메달을 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첫 목표”라고 밝혔다. 그런 자신감을 만드는 건 지독한 ‘한국식 강훈련’이다. 종주국을 찾아와 한국 태권도 선수와 함께 훈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 대표팀 주장 증티녀(20)는 “죽도록 열심히 해야 훈련을 따라갈 수 있다. 힘들지만 반드시 해내겠다”며 웃었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증티녀의 목표다.
김정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