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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홍삼맛에 세련된 포장, 한과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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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5일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한과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추석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사진 신세계]

젊은 층을 위한 초콜릿맛·녹차맛에 ‘5060 세대’를 겨냥한 홍삼맛·복분자맛까지….

 전통의 간식거리 한과가 변신하고 있다. 다양한 맛으로 세대별 공략을 강화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포장으로 ‘고루하고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벗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한과는 갈비·굴비와 함께 명절 3대 선물세트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명절이 되면 백화점 바이어들이 일손을 돕겠다며 달려올 정도로 한과의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쌀과자에 조청으로 맛을 내는 단순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소홀했던 데다 쿠키나 과자 같은 간식거리가 풍부해지면서 한과는 고객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 전통한과 매출 신장률은 2011년 추석 10.1%에서 지난해 추석 3.6%, 올해 설에는 2.2%로 하락했다. 올해 설의 경우 10대 인기 품목에서도 밀려났다.

 명절 외에 비수기 매출은 더 크게 줄었다. 호정식품 창평한과 김준우 본부장은 “한과의 단점은 명절 성수기와 비수기 매출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이라며 “그나마 매출이 늘어나는 명절 때조차 별로 기대할 게 없게 되면서 한과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과업체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학계와 손을 잡기도 한다. 한과명인 김규흔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신궁전통한과의 경우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박사팀과 손잡고 10년간 연구한 끝에 녹차와 홍삼을 첨가한 수제 약과세트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이들 약과는 기계틀에 찍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반죽해 만들어 페이스트리처럼 결이 살아 있다. 기계로 찍어내는 약과는 밀도가 강해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져 먹기 불편하지만 수제 약과는 오래 둬도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포장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서양의 칩류처럼 원통형 케이스에 한입에 먹을 만한 크기의 강정을 넣어 청소년층을 파고들고 있다. 뚜껑이 달린 원통형 포장은 먹다 남은 과자를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과는 일단 개봉해 공기랑 닿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해진다. 업체들은 이 문제를 개별 포장으로 해결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최봉균 식품바이어는 “아이들도 한입에 먹을 수 있을 만한 크기로 만들면서 이를 낱개 포장해 보존성을 높이는 게 한과 포장의 새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뽀로로 모양 약과처럼 캐릭터 상품과 결합한 제품도 늘고 있다. 뭉툭한 막대기형 모양에서 벗어나 서양 쿠키처럼 둥근 모양으로 출시한 한과도 각종 국제회의의 디저트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트에서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변신을 바탕으로 한과업체들은 디저트 시장과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신궁전통한과의 경우 해외 각국을 돌며 20여 회에 걸쳐 한과 전시회를 열었다. 김규흔 대표는 “서양의 과자류는 대부분 밀가루가 원료인 반면 한과는 감귤·사과·키위 같은 과일부터 대추·인삼·도라지 같은 약재, 들깨·참깨·잣·호두 같은 곡물류까지 모든 농산물이 다 재료가 된다”며 “한과가 건강식인 점과 맛이 다양하다는 점을 앞세워 일본의 화과자나 프랑스의 마카로니 같은 글로벌 상품이 되도록 해외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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