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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도장으로 개선해야 할 학교교육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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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교육의 해를 맞아 유네스코 한위는 17일-19일 아카데미하우스에서 한국교육시설개선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 세미나는 교육시설이 단순한 학생수용장에서 적극적인 생활교육장으로의 의미를 부여하자는 움직임의 일단이다. 유네스코는 이미 60년대 초 회원국의 학교건축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리카 지역학교 건축연구소(수단) 라틴·아메리카 지역(멕시코) 아시아 지역학교 건축연구소(실론) 등을 설치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5월 교육인구의 팽창, 사회의 급격한 변화, 이에 따른 교육내용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있는 학교시설에로의 연구를 위해 한국교육시설협의회(회장 김영식)가 발기됐었다.
이번의 세미나에는 학계·교육계·건축계·언론계·행정당국 등 관계분야의 인사40여명이 참석하여 특별강연·주제발표·분파별 의제발표·분과협의·전체협의의 순서로 3일 동안 문제점을 제기하고 C·E·피니(아시아 지역 학교건축연구소장) 김영식(서울대교육대학원) 윤장섭(서울대공대) 송복주(문교부) 정인국(홍익대) 어창수(서울시교위)제씨.
학교설계의 몇 가지 요소라는 제목으로 특별강연에 나선 피니씨는 교육시설의 구상에서 6개의 단계를 제시했다. 즉 구상을 위한 조직체→작업계획분담→계획의 발전(통계자료수집·개략적인 목적수립·교육계획)→설계의 발전(재정면 검토·교육면 개관·부지의 조사선정·시공계획·설계도 작성·예산준비·업자선정)→건축→평가(교육성·기술성·경제성·사회성)이다.
그는 또 기존교사의 사용에서도, 있는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교육공간의 낭비를 경고했다. 학교 경영에 있어서 그 조직의 전통, 보수로 실험실, 공작실 등과 많은 특별실 그리고 교실까지도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장은 ⓛ그 학교의 필요시설을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하며 ②교육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필요한 시설을 미리 알아야 하며 ③효율적 시설활용을 위해 제반시설을 분석하고 있어야한다고 충고했다. 강의시간표를 잘못 활용하여 학생들이 어떤 한가지 시설로 몰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주제발표에서 한국교육시설의 문제를 제기한 김영식 교수는 금년도만 해도 지방교육재정이나 사교육비를 제외한 공교육비에서 2백39억의 돈을 교육시설비로 쓰고 있음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교육행정에서 교육시설은 학생수용력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돈을 써 왔다면서 학습장으로서의 교육시설에 대한 인식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는 또 교육성과를 강의에만 기대할 수 없게 됐고 교육기회의 개방에서 오는 학생의 이질성에 대응키 위한 당연한 결론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김교수는 한국교육시설의 문제점으로 다음 10가지를 지적했다.
①교육시설계획과 재정배분에 있어서의 투자전략의 결여. 시설의 기능성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이 시급하다. ②외부시설·부대시설·안전성 등에 구체적 지침이 될 수 있는 교육시설 기준령이 없다. ③시공윤리의 결여. 이 문제는 한국전체 건축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건축에 전문지식이 없는 교장이 책임을 지는 학교건축에선 특히 문제가 된다. ④교육적 기능성의 결여. 재정계획, 교육프로그램, 건축계획은 교육시설에 있어 3대 지주다. 그 중 교육적 효용의 문제는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고려되는 실정이다. ⑤교육시설의 경제적 개념을 중심으로 한 정책과 방안의 빈곤. 경비의 경제적 투자 뿐 아니라 시설활용도 경제적으로 해야 한다. 시설의 낭비가 많은 지금의 2학기 제를 다학기제로 고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⑥심미성의 결여. 학생들이 애착심을 가질 만큼 아름다와야한다. ⑦장래성의 결여,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⑧위생문제가 도외시되고 있다. ⑨안전성의 결여. ⑩교육 시설산업의 영세성.
한국교육시설개선의 방향에 대해 발표한 윤장섭 교수는 학생들이 자유로운 생활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과 분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선을 위해서는 ①건축가와 교육전문가의 명료한 대화가 필요하다. ②학교건축에 유능한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개방해야 한다. ③문교행정에서 교육시설의 확충개선에 많은 비중을 둬야한다는 3가지 제안을 한 윤 교수는 국가적 연구소의 설립을 촉구했다.
교육시설의 활용방안에 대하여 주로 언급한 정인국 교수는 근본적 방안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했다.
①교육방식과 교육과정을 한국실정에 알맞게 조정하면서 시설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②학교건축은 확장에 대비한 모든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③가변성·융통성이 있는 교육시설이 돼야한다. ④학교시설을 지역사회에 공개하여 그 활용도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송복주씨는 실업계 고교와 전문학교시설의 전망을 통해 기준에 훨씬 미달하는 상태에서 현재 그 존재가치가 의심되는 빈약한 시설을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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