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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외조부 이어 올림픽 날개 … 강한 일본 꿈 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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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일본 도쿄가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등 도쿄 올림픽 유치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아베 총리 왼쪽은 이노세 나오키 도쿄도지사, 오른쪽은 모리 요시로 전 총리. [부에노스아이레스 로이터=뉴스1]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 도시로 일본 도쿄가 선정됐다.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25차 총회에서 도쿄는 이스탄불(터키), 마드리드(스페인)를 큰 표 차로 누르고 개최 도시로 꼽혔다. 1차 투표에서 도쿄는 42표를 얻어 이스탄불(26표), 마드리드(26표)에 앞선 1위를 기록했다. 재투표를 통해 마드리드를 제치고 결선에 진출한 이스탄불과의 최종 투표에서는 60대 36으로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일본 도쿄는 1964년 이후 56년 만에 두 번째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또 2018년 겨울올림픽(평창)과 2020년 여름올림픽(도쿄)이 한국과 일본에서 연이어 열리게 됐다.

 2008년, 2016년 여름올림픽 유치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던 도쿄가 삼수 만에 승리를 거두자 일본 열도는 환호에 휩싸였다. 버블이 붕괴한 91년 이후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고난의 세월을 보냈고, 2011년에는 2만 명 가까운 희생자를 기록한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본이기에 올림픽 유치를 국운 상승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이번 올림픽 유치로 향후 7년간 3조 엔(약 33조원)의 파급효과와 15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누구보다 이번 올림픽 유치를 통해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로 떠오른 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다. 일본 언론 및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이번 올림픽 유치의 1등 공신은 막판 프레젠테이션에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오염수 문제를 IOC 위원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하며 불안감을 불식시킨 아베 총리”라고 보도했다. 아베는 이날 연설을 통해 “오염수 영향은 원전 항만 내의 0.3㎢ 안에서 완전히 블록(block·차단)하고 있다. 수질도 세계보건기구(WHO)의 음료수 수질 기준의 500분의 1이다. (뉴스의) 헤드라인(제목)이 아니라 이 같은 ‘사실’을 봐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유치 성공 직후 “외조부(기시 노부스케)에 이어 두 번째로 도쿄 올림픽을 일궈낸 데 뭔가 인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64년 올림픽은 기시 전 총리가 재임하던 59년 일본이 유치했다.

 올림픽 유치로 탄력을 받은 아베 정권은 높은 지지도를 바탕으로 향후 정치일정을 무난하게 끌고 갈 강한 동력이 생겼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 여부 결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등도 아베 총리의 주도 하에 순탄하게 갈 공산이 커졌다. 총리 관저 관계자는 “아베 장기정권’이 10년 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올림픽 열풍에 취해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 평화헌법 개정 등의 민감한 문제에서 ‘오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유치는 일본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이란 의무를 부과했다. IOC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상황은 (일본 정부가) 완전 통제하고 있음을 보장한다”는 말은 국제공약이 됐다. 주변국과의 마찰을 초래하는 역사인식 문제도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유치 성공하자 반한 시위 재개=한편 일본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자 6월 말 이후 잠잠했던 우익단체들의 도쿄 코리아타운 반한 시위가 8일 다시 시작됐다. 시위는 도쿄의 2020년 여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새벽 5시부터 불과 7시간이 지난 이날 정오에 열렸다. 장소는 한인 상점이 밀집해 있는 도쿄 신주쿠(新宿)구 오쿠보(大久保) 거리 일대였다.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이 중심이 된 우익단체들은 지난 두 달여간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위를 자제해 왔다. “한국인은 무조건 죽여라” 등의 인종차별적 구호가 난무하는 데 대해 “백주대낮에 이런 시위가 벌어지는 나라가 어떻게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일본 안팎에서 크게 일었기 때문이다.

도쿄=김현기·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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