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1000조 엔 넘는 일본 … 올림픽 '예산 블랙홀' 이 복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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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2020년 올림픽을 알뜰살뜰하게 치를 요량이다. 하지만 뜻대로 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CNN머니 등은 “역대 주최국들이 예산보다 많은 돈을 올림픽에 쏟아부어야 했다”고 8일(한국시간) 전했다. 실제 영국 옥스퍼드대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1960~2012년 사이에 치러진 올림픽은 예산보다 평균 179% 더 많은 돈을 잡아먹었다. 애초 예산이 10억 달러였다면 실제 들어간 돈은 27억9000만 달러였다는 얘기다.

 먼 옛날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올림픽을 치른 영국 런던도 예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돈을 들여야 했다. 옥스퍼드대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 올림픽조직위원회는 65억5200만 달러(약 7조2000억원) 안에서 행사를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비용은 131억400만 달러(약 14조4200억원)에 달했다. 예산 초과율이 100% 이상이었다. 영국이 자국 경제 침체와 유로존 재정위기 때문에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며 치렀는데도 그랬다.

 옥스퍼드대 분석 대상 가운데 예산을 가장 많이 초과한 올림픽은 언제였을까.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이었다. 예산 초과율이 무려 796%나 된다. 당시 그리스 정부는 글로벌 경제 호황과 유로(euro) 채택에 따른 저금리 효과 등을 등에 업고 망설임 없이 돈을 끌어다 경기장 건설 등에 쏟아부었다. 이는 재정위기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인들이 꼼꼼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 2020년 도쿄 올림픽은 다를 수 있다. 다만 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도 예산보다 56% 더 많은 돈이 들어가야 했다. 평균 초과율보다 많이 낮은 편이기는 하다. 그런데 CNN머니는 “옥스퍼드대가 계산한 나가노 예산 초과율은 아주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나가노현이 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들에게 향응을 베푼 사실을 감추기 위해 회계자료를 모두 없애버려서다.

 예산을 초과해도 방송 중계권료 등 수입이 많으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초과 비용은 빚으로 남기 십상이다. 일본은 이미 1000조 엔이 넘는 국가부채를 안고 있다. 빚이 한 푼이라도 늘어나는 게 달갑지 않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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