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광<음악평론가>|내면의 흐느낌…차원 높은 설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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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예술문화의 교류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외교다. 한-일 음영교류 회와 대한「오페라」단이 주선한 김금환씨와 일본의 이등경자씨의 조인트·리사이틀(11일 밤·서울 시민회관)은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때늦은 느낌이다.
「소프라노」이등경자씨는 풍부한 호흡, 얼굴전면을 공명시켜 미간 윗 부분으로 뽑아내는 소리는 신비감마저 자아냈고 중음에서 힘을 아껴 고음에서 시원하게 쏟아버려 훌륭한 발성법을 구사하고 있다. 모 몸 전체에 촉촉이 젖어 있는 산 감정을 표현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높은 차원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고전, 혹은「벨리니」나 돗시니의 해석에도 농하고 다양한 변화를 수반하고 있어 이를테면 초반에는 얼핏「로사·폰셀」의 창법 비슷하다가 이내「레진·크레스팡」의 그것처럼 폭 넓은 화술을 터득하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테너 김금환씨의 노래도 많은 발전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되었다. 창법은 역시 드래머틱에 속한 인상이고 그 중에서도「풋치니」에 자신 있는 듯 보였다.
전에 비해서 어딘가 무거워졌지만 고음에서 약간의 무리의 프로시브가 첨가된 것은 그로서 중요한 문젯점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고음에 속할수록 폭과 강도가 저하되고 있었다. 가령 이중창에서 두드러지게 식별할 수 있듯이 A까지는 균형이 유지되다가 C쯤에서는 소프라노에 묻혀버리는 예를 지적할 수 있다.
「미미」를 부를 때도 그랬지만 이등경자가 앙코르로 부른 사랑에 살고 노래에 살고 에서는 노래의 내면 깊은 곳에서 분명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정말 훌륭한 성악가다. 그리고 김금환 역시 우리의 대표 급 테너임을 재인식시켰다.
앞으로 양국의 각별한 이해증진으로 순수예술을 통해서 가장 아름다운 정치가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싶다. (피아노 박정정·서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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