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치 60년의 한-일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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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대법대 학생회 주최>
한국은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과 어느 때보다도 깊숙한 관계를 맺게 될 것 같다. 금년은 특히 한-일 합방이 있은 지 60년째가 되는 해로 대일 자세문제가 거론되는 것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11, 12일 이틀동안 서울대법대학생회가 마련한 국치 60년, 한-일 문제 대강연회에는 홍이섭 교수(연대), 김영호 교수(고대), 이호철씨(작가)등의 연사가 나와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다각적으로 한-일 관계를 파헤쳤다.
일제침략기의 문화인식문제를 말한 홍이섭 교수는『45년 이전이나 이후 오늘까지도 한국인은 일본인이 만든 틀에 매달려 있다』고 전제하면서「새로운 역사의식」으로 우리를 알고 일본을 보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에 의하면 일본의 한국침략은 단지 우발적인 것만은 아니며 일인들이 풍신수길을 과대망상의 정신병자로 돌리고있음은 책임회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1905년의 보호조약으로 한국을 일본의 식민지가 이미 됐었고, 1905∼1910년간의 일본의 합방을 위한 정지작업은 새로운 규명이 가해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 동안의 한국인의 정신자세를 두 가지로 봤다.
일본이 개화했으니 우리도 개화를 해야한다는 일련의 개화 주장 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획일적으로 개화주의자는 무조건 훌륭하다는 평가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 즉 이들 개화주의자는 모두가 외세 의존 자들이었다는 것을 지나쳐서는 안되며 그들은 또 모두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홍 교수는 중시했다. 중국에 의존했던 자들이나, 일본에 의존했던 자들이나, 미국에 의존했던 자들까지 모두가 개화에는 실패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심어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 이들의 활약은 한국사회의 전개과정에 별로 가치 있는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개화주의에 대립하여 외세를 배격하는 척사론자가 있었다. 이들을 한결같이 보수반동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잘못된 역사관의 소치라고 말한 홍 교수는, 이들이 19세기말∼20세기초에는 의병정신으로 승화했고 합방 후 단절된 듯하다가 일제의 침략·약탈정책으로 면면히 지속돼 왔다고 말했다.
근대한일 경제관계의 전개형태를 논한 김영호 교수는 1876년 개항이래 지금까지는 우리 경제에 대한 일본의 영향이 부정적이었다고 말하고 앞으로의 관계는 정신자세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호철씨는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그 인식을 사는 생활의 괴리를 경계해야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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