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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서 완벽한 지도정보 서비스 못해 아쉽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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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호 22면

구글과 애플을 비롯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 주자들이 최근 부쩍 힘을 기울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지도 관련 서비스다. 무엇보다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에서만 지도 관련 서비스로 1조6000억 달러(약 1740조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기업뿐 아니라 NHN과 다음도 건물 실내지도 서비스와 상점 내부를 보여 주는 지도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구글은 글로벌 지도 서비스 분야에서 최대 강자다. 구글의 지도 엔지니어링 부문을 총괄하는 브라이언 매클렌돈(Brian McCledon·사진) 부사장을 4일 화상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2004년 자신이 창업한 지도 정보업체 키홀코퍼레이션이 구글에 인수되면서 합류했다. 매클렌돈 부사장은 “하루 수십억 건의 구글 검색 중 지도 관련 검색이 30%에 달한다”며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 자동차나 구글 글라스 같은 혁신 제품들도 모두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만큼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 지도 서비스 총괄 부사장 브라이언 매클렌돈 인터뷰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웹인덱스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2분기에 가장 많이 사용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이하 앱)은 구글 지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2011년 실내지도 서비스를 시작해 그간 미개척 영역이었던 건물 내부를 보여 주는 데도 성공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검색자 주변의 지역 정보를 알려 주는 ‘구글 나우’란 서비스를 내놓아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의 서비스와 관련해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을 유독 한국에서만 쓸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래는 일문일답.
 
-지도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영화용 그래픽 회사인 실리콘 그래픽스에서 일할 당시인 1996년 25만 달러(약 2억7400만원) 상당의 장비로 스위스 마터호른 지역의 위성 이미지를 줌인(zoom in)하는 시연을 했었다. 짜릿한 경험이었지만 비용이 너무 비쌌다. 이를 계기로 PC로 고차원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를 98년에 창업했고, 이 회사에서 3D 세계지도를 만들었다.”

-지도 서비스가 구글 내에서 갖는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전체 검색 중 30%가 지리정보와 연관된 검색이다. 예를 들어 맛있는 식당의 위치를 찾거나, 가고자 하는 지역에 대해 알아보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모바일에선 이 비중이 더 높다. 지도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도 탄탄하게 구축되고 있다. 검색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상점을 찾을 때 검색자 인근에 있는 상점의 정보를 소상히 알려 주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구글 지도 서비스의 경쟁력은 뭔가.
“전 세계를 차로 직접 돌아다니며 거리를 일일이 촬영했다. 누적거리는 8억여㎞에 달한다. 스트리트뷰(street view)는 지금도 매일 서비스 지역을 늘려 가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그라운드 트루스(ground truth)’란 프로그램도 강력한 무기다. 스트리트뷰 데이터에서 도로나 지번 표지를 읽어내 이를 서비스에 반영한다.”

-애플도 최근 대중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앱 업체인 엠바크(Embark)를 인수하면서 관련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구글이 지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한 해 쓰는 돈은 얼마나 되나.
“애플은 훌륭한 경쟁자다. 하지만 구글은 지도 서비스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본다. 우리도 지난 6월엔 이스라엘의 소셜내비게이션 업체인 웨이즈를 인수했다. 개발금액은 ‘많다(a lot)’고만 말할 수밖에 없다. 애플이 얼마나 돈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이 쓰고 있다고 단언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처럼 구글 지도 서비스에 대해서도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도 서비스는 어느 기업이건 앞다퉈 투자하는 분야다. 이전에는 지도가 길 찾기에만 쓰였다면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자상거래 등과 결합하면서 모든 서비스의 플랫폼이 됐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인 만큼 어느 기업도 쉽게 독점할 수 없다. 기업용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외하면 무료로 우리 지도를 사용토록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한국에선 네이버다음과 같은 토종 기업들의 지도 서비스가 인기다. 유독 구글 맵은 상대적으로 약세인데.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안다.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소프트웨어 개발인력도 우수하다고 본다. 지적한 대로 한국에서 구글 맵은 매우 제한된 선에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지도 기반 데이터를 얻지 못해서다. 한국 정부가 국가 안보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는 물론 항상 전쟁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이스라엘도 이미 관련 정보를 개방해 놓은 상태다. 구글 지도를 활용하면 창업자들이 다양한 창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이런 상황은 한국 내 스타트업(start up) 기업들에도 불리한 조건이다.”

국토부, “국가 안보상 원천 데이터 제공 안돼”
현행 측량·수로 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16조는 “누구든지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 없이 기본 측량성과 중 지도 또는 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무익 국토교통부 국토정보정책관은 “구글이 원하는 것은 지도의 원천 데이터로 이것은 국외로 반출되면 안 된다. 국가 안보상 줄 수 없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라며 “원천 데이터가 없더라도 현재 구글의 국내 서비스는 일정 수준에서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지도를 활용해 실제로 돈을 버는 기업도 있나.
“주거용 고급 창호를 제작하는 호주의 중소기업 아키텍처럴 윈도 앤 도어즈(Architectural Windows & Doors)는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현장 작업을 하는 20여 명의 직원 동선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전까지는 차량 한 대당 월 100달러에 달하는 비싼 프로그램을 사용해 동선을 짰는데 구글 지도로 쉽게 동선을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회사 전체적으로 한 해 5000달러 정도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브라질의 부동산회사인 에풍고(Epungo)는 구글 지도를 활용해 주요 지역의 주거용·기업용 매물을 각기 다른 색깔로 보여 준다. 원하는 지역의 매물만 골라 따로 비교할 수도 있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앱인 워키토키(walky talky)도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구글 지도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의 일차적인 목표는 고객이 원한다면 쇼핑몰 매장 안에 있는 상품까지 보여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집 안에서도 원하는 상품을 쉽게 고를 수 있다. 이 목표는 현재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그 과정에서 믿을 수 있는 상점과 제품을 소개해 주면 우리는 수익을 얻게 된다. 일반 이용자에게 따로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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