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카드사 모두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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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국민.외환.우리.현대.롯데카드가 적자를 본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LG.삼성카드 등 모든 카드회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1987년에 전문 카드회사가 출현한 이후 모든 카드사가 적자를 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LG.삼성 등 9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3천1백9억원에 그쳐 2조4천8백70억원의 이익을 남겼던 2001년에 비해 무려 2조1천여억원이 줄었다. 올들어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적자를 기록할 때도 업계 1, 2위인 LG와 삼성카드는 각각 3천5백40억원과 5천5백36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1월 들어 각각 1천억원대와 4백억원 가량의 적자를 낸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연체 급증.충당금 증액이 적자의 원인=카드사들이 지난 2~3년간 상환 능력을 따지지 않고 회원 늘리기에만 치중한 결과 부실 회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 카드사 부실의 근본원인으로 지적된다.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30일 이상 연체율이 지난해 12월 8.8%에서 올 1월에는 9%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 카드 부문의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8.1%에서 올 1월 말에 10.1%로 높아졌다. 연체율이 올라가면 현금서비스와 신용구매 등 카드 사용대금을 제때 갚지 않는 회원이 그만큼 증가해 카드사의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카드사 매출채권의 신용도에 따라 쌓아두는 충당금의 적립 비율을 대폭 상향 조정해 카드사들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급증한 것도 적자의 원인이다.

◇카드업계 구조조정 필요=카드사들은 신규 회원모집보다는 채권 회수(추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카드는 채권 추심 인력을 20% 늘렸고, LG카드는 지난해 말 채권 전담인력을 추가로 3백명 선발했다. 특히 국민카드는 최근 1년새 채권 전담인력을 3천명 가량 증원했다.

그러나 경기가 본격 회복되기 전에는 카드사들의 경영상태가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노태식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은 "건전성 유지를 위해 충당금 적립기준 완화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경제학과 홍기택 교수는 "카드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반을 뒤흔들기 전에 카드업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상당수 카드사들을 퇴출시키고, 경영능력을 갖춘 신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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