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의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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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상의는 1일『개발경제와 유통정책의 과제』라는 책자를 발행. 우리 경제의 물량공급과 그 수요가 크게 확대, 고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연결해주는 유통부문이 낙후되어 낭비를 조장하고 물가압력을 가중한다고 분석하고 그 개선책을 건의했다.
상공회의소가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지금의 유통부문은 ①유통경로의 우회 ⓩ유통기구의 영세성 ③후진적 거래조건 및 상 관습 ④유통법규미비 등 요인으로 근대화 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를 시정키 위해서는 대량 유통체제를 확립해야 하겠다는 곳이다. 그리하여 ①유통업체의 대형화·연쇄화·전문화를 기하고 ②이상비대화하고 있는 재래시장의 신규허가를 억제하며 ③현행 시장 법을 전면 폐지하고 백화점 법·소매상업 근대화 촉진법·연쇄상 개발 법 등 일련의 제도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하겠다는 것이 상공회의소의 의견이라 했다.
확실히 우리 경제가 유통구조의 전 근대성으로 말미암아 가격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 그 영세성 때문에 마크·업 율이 높아,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는 문젯점을 시정할 필요성이 높다는데 대해서는 아무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할 것이다. 때문에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하겠다는 상공회의소의 건의는 환영해야 할만한 일이라 하겠으나,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더 신중한 논의와 연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우선 상공회의소의 건의는 유통구조개선을 정부가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그렇게만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이 문제는 당연히 업계자신이 해결해 나가야 할 성질의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특별한 입법을 주장함으로써 입법과정에서 상권을 독점하려 한다거나, 특혜적인 지원을 기대하고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은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생산과 소자규모의 확대에 따라서 상업유통 과정도 업계의 힘으로 당연히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 우기 자본제 경제에서 유통과정에까지 정부의 입김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은 긴 안목으로 볼 때, 결코 자명한 일이 아니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다음으로, 상공회의소는 재래시장을 신규허가하지 말고, 지급의 도보 중심시장이라 할 동대문·남대문시장을 쇼핑·센터로 전환시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런 주장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도 의문이라 할 것이다. 몇 가지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고 해서 유통과정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며, 또 비록 개선할 수 있다 하더라도 새로 생기는 백화점·연쇄점·상가조직 등이 기존시장과 경쟁을 해서 기존시장보다 능률적임을 증명하면 자연히 기존 대 시장은 중소상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시장을 제도적으로 억제하여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새로운 이권운동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의 도매업계가 생산업계를 농락, 상당한 피해를 주는 측면이 있음을 우리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비경제적인 방법으로 배제하려는 시도가 합리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유통구조의 개선은 매우 필요하고 바람직한 것이나, 그 구체적인 실행수단은 상공업계 자체의 노력으로 기존경제를 이겨나가는데서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제 경제하에서는 어떤 인위적인 방법도 경쟁을 매개로 하는 개선이 아니면 그것을 진보한 개선이라 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못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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