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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글·그림>우경희|고속화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급격히 보급·발달된 정보산업과 자동차공업, 그리고 도로망의 정비는 일본의 모오레쓰(맹렬)화에 혁명이상의 역할을 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신간선」도 철도로서의 모오레쓰 화에 불과하며, 이제 철도가 걸어갈 길은 고속화뿐인지라 적자에 허덕이는「국철」이지만 오로지 고속화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 70년대를 일본의 4개의 섬이 대동맥으로 연결되는「일본열도 대 네트워크시대」라고 뽐낸다. 이제 동양제일이 될 것이라는「관문가교」의 연장 1천여m의 대교공사는 급 피치를 올리고 있으며, 북해 도를 연결할「청함터널」조사도 성공적이고, 사국을 연결할 사국 대교도 멀지 않아 착공될 것이라 한다.
이렇게 해서 일본국토의 고도재개발이 이룩되는 날 모오레쓰 일본의 도도한 물결은 어디를 향해서 흐를 것인가.
이러한 환경이고 보니 가장 골칫거리는 농어촌청소년들이 도시로 몰려드는 것인 듯하다. 빗발치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일본정부는 농민을 과보호하고, 농가의 어버이들은 그 자식들을 잡아 놓기 위해 양 실을 꾸며준다, 모든 전기제품을 사들인다, 스포츠·카를 사준다지만 결국은 광적으로 휩쓰는 모오레쓰 붐을 이기지 못해 도시로 달아나고야 만다. 언젠가 동경에서 멀리 떨어진 서툰 산길을 달리다가 엔진은 과열하고 몸도 지쳐 산마루에 쉬면서 내려다본 이름 모를 계곡의 농촌풍경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구석구석까지 손이 간 농지와 깨끗한 농가, 그리고 가지런히 놓인 농기구와 반 트럭들이 무성한 나무에 쌓인 산 사이로 뻗은 좁으나마 말쑥하게 포장된 도로와 함께 나에게는 그저 부럽기만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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