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발언 보도의 민·형사 책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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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공부는 지난달 22일『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행한 발언내용을 그대로 신문 등 간행물에 게재하거나 보도하는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이 생기는지의 여부』를 질의했다고 하는데, 법무부는 최근 이에 대하여『의원이 국회 밖에서 발언하거나 직무 외의 발언을 하는 경우, 또는 제3자가 의원의 원내발언을 그대로 보도하거나 신문 등 간행물에 게재하는 경우 면책특권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유권해석」을 내려 I9일 이를 회보 했다고 한다.
원내 발언의 보도는 국회의원의 발언과 활동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요, 이는 국회의사의 공개원칙 (헌법46조) 에 따른 당연한 요청이라고 할 것이다. 국회는 비록 국회의원의 집회라고 할 것이나, 헌법 상 전체국민의 대표기관의 집회요,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의 집회이기 때문에 선거권을 가진 주권자로서의 국민은 국회의원의 모든 발언에 대해서 샅샅이 알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게 국회의원의 선거권뿐만 아니라, 소환 권까지 인정하는 국민주권 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이 알권리의 충분한 충족이 본질적인 요청임을 잠시도 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헌법이 국회의원들에게 면책 특권을 부여, 정부의 소추나 이익 단체들의 명예훼손 소, 또는 손해배상제구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은 그들에게 직무상 발언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거리낌없는 국정비방을 가능케 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국회의 공의발언 이라고 하여 모두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 요, 따라서 직무상의 발언과 원내 발언에만 면책이 인정되는 것은 법무부의 해석과 같다고 할 것이다. 다만 오늘날 원내발언의 면책은 원내의 발언에만 국한되지 않고, 원외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국회의 직무와 관련된 것은 원내발언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국회내의 발언으로는 위원회에서 행한 발언과 국회활동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 원외활동도 포함되는바, 그 기준은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냐, 아니냐에 따라서 이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원내 발언을 보도하는 보도기관에 그 발언이 위법 적인 요소를 가졌을 경우, 이로 인한 민-형사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한 법무부의 해석은 민주정치의 본질을 망각한 것임은 물론, 오늘날 방송·녹음 등이 즉시 적으로 발사되고있는「매스컴」이 보도의 성격을 전혀 무시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회의원의 원내발언은 그 전부가 국회 회의록에 기록되는 것이요, 국회 속기록 등을 발췌, 공개하는 것이나, 국회활동을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망연한 권리요, 의무로서 국회의원의 면책여부와는 관계없이 순전히 언론기관의 자주적 취사선택의 판단에만 달려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회의원의 발언을 보도하는 것을 처벌한다거나 제한 운운 할 것이 아니 요, 직무 외의 불법적인 발언을 하는 국회의원에게는 자체 징계 절차에 따라서 그를 징계하거나 발언을 취소케 함으로써 이 사실까지도 국민에게 알려 타인의 명예를 회복하게 할 것이요, 공익을 진작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무책임한 정치발언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국회의원의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서는 원내의 징계절차나 법의 허가를 통해 그 책임을 물어야할 경우가 생길 것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 면책특권을 이유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법 적인 발언을 함부로 하는 것을 허용될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서도 국회에서의 토론이나 속기록, 재간시의 증언, 판결문 등을 가급적 한자 빼놓지 않고 발표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언론의 당연한 의무요, 특권에 속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가 이러한 보도를 한 신문이나 통신을 새삼 처벌 운운하는 것은 국민과 그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의 교량으로서의 언론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다. 국회의원과 결탁하여 무책임하고 악의에 찬 보도를 싣는 사이비 언론의 존재를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할 것이나, 진실과 공익을 위한 선의의 보도를 하는 언론의 자주성을 제약하는 일이 민주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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