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도 예산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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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와 여당은 5천 2백 47억원 규모의 71년도 예산안에 대한 대체적인 협의를 끝내고, 곧 이를 정부안으로 확정할 것이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조정 중에 있는 71년도 예산안의 내용은 ①예산규모를 70년도보다 17·5% 정도 늘리고 ②조세수입규모를 현 연도보다 24% 높은 4천 2백 80억원으로 잡고 ③내국세는 28·9% 증가한 3천 6백 20억원으로 잡는다는 것 등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세출 면에서 보면 9백 57억원이 늘어난 예산규모 중 3백 2억원을 투융자증가에 배분하고, 봉급 및 일반경비증가에 2백 63억원, 그리고 국방비증가에 1백 81억원, 지방교부세 증가에 2백 4억원을 배분키로 했다한다. 이와 같은 세출·입 규모확대로 생기는 세입 부족분은 전력채·도로채, 그리고 국고 채무부담 행위로 메운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71년도 예산안은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며, 따라서 앞으로 부분적인 조정은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나, 이로써 큰 테두리가 대체로 결정되었다는 뜻에서 우리는 새해 예산안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예산규모의 팽창률이 18%선에서 눌러지고 있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건전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지난 수년간의 재정 팽창률에 비한다면 상당히 보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충자금 세입이 1백 12억원이나 줄고 있다는 점과, 과열경제를 냉각시키기 위한 긴축정책을 계속해야 한다는 경제여건, 그리고 차관 원리금 상환부담이 계속 가중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등을 고려할 때, 재정 팽창률을 낮추었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민간부문에 대한 재정의 압박이 완화된다고 속단해서는 아니되겠음을 우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재정 팽창률은 무슨 일이 있어도 22%선에서 견지하기를 바라는 것이며 과거와 같이 추경예산으로 추후에 수시로 규모를 팽창시켜가지 않도록 예산을 보다 과학적으로 짜주기를 기대한다.
다음으로 내국세의 28·9% 증수는 필연적으로 조세 부담률을 높일 것이며, 또 세법개정문제를 제기케 할 것이다. 그러나 세법개정에 앞서 무질서하게 허용되고있는 각종 조세감면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세법개정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축소시키는 노력을 아울러 경주하기를 우리는 강조해두고자 한다.
한편, 세출증가의 68%가 소모적 경비지출 증대에 배분되고있는데, 이러한 재정소비증대가 우리의 어려운 경제여건 하에서 반드시 불가피한 것인가, 당국은 다시 한번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새로운 정부기관을 계속 창설하고, 공무원을 7천 8백명씩이나 늘릴 필요성에 대해서는 엄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중복되는 행정기구, 실효성 없는 기구를 대폭 폐합시키고 번잡한 행정절차를 간소화시킨다면 지금의 예산으로도 충분히 행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더욱이 자주국방·외원 종결 등 객관적 요인의 가중으로 모든 소비적 지출을 더욱 절감하고 절약해야 할 상황하에서 정부소비 증대률을 그토록 높게 책정했다는 것은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선거의 해를 맞이하여 있을 수 있는 재정 투융자기금의 지역적인 안배행위를 철저히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투융자를 순 경제적인 척도이외의 고려 때문에 적당히 안배하여, 이곳 저곳에 떡 나누어주듯 분산시킴으로써 투자효과를 전혀 바라볼 수 없게 한다면 이는 결국 귀중한 자원의 낭비에 불과한 것이므로 정부·여당의 양식여하에 따라서 5억「달러」에 상당하는 1천 7백억원의 투융자 기금이 생산적일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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