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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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의 시장행정처럼 난맥을 이루고 있는 것도 드물다.
1백 15개 시장과 8개 백화점 가운데 무허가시장이 29개나 된다.
종로구엔 허가시장이 2개소인데 비해 특히 무허가시장은 2·5배인 5개소나 있다.
29개 무허가 시장 안에는 추산 1만개의 점포가 있다. 동대문 시장만 해도 4천여개의 점포가 무허가시장을 이루고 있으며 허가시장으로는 광장시장과 천일백화점 뿐이다.
시장주변과 도로변에는 노점 잡상인들이 늘어서 있다. 17일 서울시가 집계한 노점잡상의 수는 9천 7백 71개. 이들 노점이 차지하고있는 도로와 시장 안 소방도로의 길이는 9천 4백13m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시장과 노점들이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으나 시민들이 상품을 안심하고 사기는 힘들다.
시민들은 가격과 저울에 속았다는 마음을 완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무허가 시장뿐 아니라 허가시장에서도 바가지씌우기는 예사이고 명랑한 상행위는 이루어지지 못하고있다.
서울시는 올해 모든 시장에서 정찰제를 실시토록 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협정가격조차 안 지켜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데도 서울시는 시장법이 미비하여 다스리지 못하고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행 시장법으로는 무허가 시장을 처벌할 규정이 모호하고 미약하다. 때문에 시장개설자나 상인들은 애써 시장 허가를 받아 당국의 간섭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종로·을지로 등 도로변에 연이은 점포 역시 사실상의 시장이지만 현행 시장법으로는 시장 개념에서 제외되고 있다. 또 허가시장에서의 문란한 상행위에 대해서도 제재할 명백한 조항이 없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러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시장행정에 있어 다루어야할 근본적인 문젯점이 많다. 우선 시장의 소요판단이 안되어 있다. 시장과 점포 수는 인구와 구매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적절히 배분되어야 한다. 인구는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포함, 한사람의 평균소득과 소비성향, 그리고 시장과의 거리를 계산, 시장의 소요 판단을 내려야 한다.
서울시의 주먹구구식 시장행정은 시장이 들어설 필요없는 곳에 시장 신규허가를 많이 해 주는 결과를 빚고있다.
청계천 6가 S상가 「아파트」등은 서울시가 시장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민자유치사업으로 2년 전에 세웠던 것이나 아직도 비어있는 점포가 많다. 이러한 「케이스」는 수두룩하다.
그러나 변두리지역에는 시장다운 시장이 거의 없다. 시장건물은 물론, 상품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고 값도 비싸다. 이 때문에 변두리 시민들은 옷감·생선 등 하잘 것 없는 물건을 사는 것도 교통비를 들이면서까지 동대문시장 등 도심지 시장을 찾게된다. 이 같은 현상은 가뜩이나 복잡한 도심지 교통난을 부채질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
시장과 점포를 적정한 선에 묶는 작업은 부수적으로 국가 총체자금의 낭비를 막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유통과정을 단축, 직결시킴으로써 소비자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시장의 유형도 「슈퍼·마키트」·백화점·「디파트먼트」·「아케이드」·상가 등 뚜렷이 구분되어있고 「슈퍼·마키트」에 가면 사고자하는 상품은 무엇이든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의 형태가 분명치 않다.
시장 현대화는 명랑한 상질서 확립에서부터 비롯되었으면 하는 것이 시민들의 소망. 우선 10만개이상이나 되는 등록 안된 도량형기라도 정비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양 시장의 생활행정은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시장과 바로 연결되는 만큼 수돗물 배 증산 만큼 소중히 다뤄야할 과제이다. <이원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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