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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때 벌 주의보 … 화장품·밝은 옷 피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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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벌초와 성묘를 하는 추석을 앞두고 벌·뱀 비상이 걸렸다. 벌초를 하다가 벌에 쏘여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특히 추석이 비교적 이른 올해는 추석과 말벌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가 겹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북 성주군에서 최모(74)씨가 마을 뒷산에서 벌초를 하다 벌에 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같은 날 전남 해남에서도 벌초하던 박모(66)씨가 벌에 쏘여 사망하는 등 최근 들어 3명이 희생됐다. 경북 문경에서는 지난 1일 40~50대 형제 4명이 벌초를 하다 벌의 공격을 받아 1명이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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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명 피해를 내는 벌은 대부분 말벌과 땅벌이다. 특히 몸집이 크고 한 마리가 30~40회를 연달아 쏠 수 있는 말벌이 위험하다. 벌 전문가 안상규(51·안상규벌꿀 대표)씨는 “말벌은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가 번식기이자 1년 중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시기”라며 “게다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먹이가 줄어 가장 예민해지는 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요즘부터 추석까지가 잘못 건드리면 사람을 마구 공격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말벌은 먹이 사슬의 정점에 있어 공격 성향이 매우 강하다”며 “때론 움직이는 물체를 무조건 공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뱀도 조심해야 한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2일 벌초와 성묘 때 벌 쏘임과 뱀 물림에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을철 야외활동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벌 쏘임과 뱀 물림은 추석이 있는 9∼10월에 1년 피해 건수의 53%가 발생했다. 올해는 무더위로 벌들이 왕성하게 번식해 벌 쏘임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비가 별로 오지 않고 기온은 높았던 대전 이남 지역에서 말벌이 왕성하게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벌에 쏘여 사망한 사고는 지금까지 전부 남부 지방에서 일어났다.

 소방방재청은 성묘나 벌초를 할 때 벌을 자극하는 냄새를 풍기는 향수·화장품·헤어스프레이 사용을 자제하고, 밝은 계통의 옷을 입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 뱀에 물리지 않도록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을 것 등을 당부했다.

 추석 전후로는 풀을 깎는 예초기 안전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2012년 3년간 발생한 예초기 사고 380건 중 76%가 8~10월에 일어났다. 추석 전에 벌초를 할 때부터 사고가 급증하는 것이다. 대부분 돌이나 나뭇가지에 칼날이 부딪쳐 부러지면서 파편이 튀어 다쳤다. 피해자의 절반가량은 눈이나 그 주위를 다쳤다. 시력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 어린이가 예초기 전선을 손으로 만지다 감전되기도 했다. 소비자원은 ▶예초기 날에 안전덮개를 꼭 덧씌우고 ▶보안경 같은 안전장구를 착용하며 ▶예초기 반경 15m 안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돌이나 깡통 같은 장애물은 풀을 깎기 전에 치워야 한다고 했다.

송의호·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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