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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 (1) 중국 상하이 국제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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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通新이 ‘엄마(아빠)가 쓰는 해외 교육 리포트’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자녀를 키우는 한국 엄마(아빠)들이 직접 그 나라 교육 시스템과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 드립니다. 그 첫 회로 요즘 주목받는 중국 상하이 국제학교 중 하나인 SCIS(상하이 커뮤니티 국제학교)를 소개합니다.

SCIS 11학년에 재학 중인 최해동 군은 “여러 나라에서 모인 친구들과 생활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학교”라고 말했다. [사진 최원태]

지금 11학년(고2)인 아들 해동이가 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 중국 상하이로 데려왔다. 아이 엄마는 한국에서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라 중국에 같이 올 수 없어 중국에서 아이 교육 문제는 오로지 내 몫이 됐다.

 처음 상하이에 데려올 때 다른 한국 부모와 마찬가지로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마스터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가장 컸다. 학교를 고를 때도 중국 현지 문화를 익히는 동시에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곳을 찾았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현지의 명문 로컬스쿨(공립학교)들이었다. 대개의 공립학교는 암기 위주 수업 방식이나 권위적인 분위기가 한국 학교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나을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명문 학교들은 다르다. 미국과 한국식 수업 방식이 더해진 형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숙제가 많고 암기 위주 수업이긴 하지만 국제부에 들어가면 영어로 수업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었다. 수업료는 국제학교와 비슷한 수준이라 재학생은 중국 고위층 자제가 많았다. 이런 아이들과 인맥을 쌓으면서 중국 문화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런 명문 로컬학교에 입학하려면 영어는 물론 중국어 시험까지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국제학교와 달리 중국어와 영어 수업이 동일한 비율로 진행되는 로컬학교에 적응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중국어 실력이 필수인 셈이다. 학비도 저렴하고 중국 내 인맥도 쌓을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이런 정보 부족으로 로컬학교 진학이 무산되고 국제학교로 선회하는 경우도 많다.

 상하이에는 영국·미국·일본·싱가포르·홍콩계 등 다양한 국제학교가 있다. 한국 학부모들은 SAS(상하이 미국 학교)와 SCIS(상하이 커뮤니티 국제학교) 같은 미국식 국제학교를 선호한다. 해동이는 SCIS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재학생 안전 관리가 철저해 아이가 스쿨버스에 탄 순간부터 수업 출결사항이나 숙제 여부, 하교 시간까지 학부모에게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보내 준다. 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엔 부모가 걱정할 일이 없는 거다. 특히 해동이는 엄마랑 같이 생활하는 게 아니라서 이런 국제학교의 철두철미한 학생 관리가 마음에 쏙 든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며칠 전 해동이가 학교에서 3박4일 여행을 떠나는데 여권을 가져가지 않아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담당 교사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아이 여권을 챙겨 학교에 갔는데 전달하기까지 절차가 정말 복잡했다. 학부모지만 학교 안에 들어가려면 정확한 사유를 담당 교사에게 알려야 하고, 아이는 담당 교사 허락을 받은 뒤 학교 측으로부터 ‘어디어디서 만나라’는 지침을 받아야 했다. 사실 이런 작은 일에 일일이 학교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귀찮게도 여겨지지만 한편으로는 학교 내에서만큼은 아이의 안전이 완벽하게 보장되겠구나 싶어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학교 울타리 안에 학부모는 물론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모습이 불편하긴 해도 신뢰를 준 것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배우도록 하는 에티켓 교육도 인상적이었다. 여러 나라 사람이 모인 국제학교다 보니 모든 생활 속에 다양성에 대한 배려가 녹아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골라먹을 수 있게 뷔페식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건 기본이고 음식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그들만을 위한 식판을 따로 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뭔가 남과 다른 소수를 배려하기보다는 무슨 사고가 나도 “네가 스스로 조심했어야지”라고 피해를 본 당사자를 타박하는 분위기지만 이곳에서는 이렇게 소수를 보호하고 배려한다.

 새 학년에 올라가 학급을 구성할 때도 학교 측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특정 국가 학생과 불편한 관계에 있거나 사적으로 사이가 불편한 아이가 있으면 학교에서 이들이 각각 다른 학급으로 분리되게 조정해 준다. 매 학년 초 교장 선생님과 면담을 통해서 의견 제시하면 학교에서 이를 반영해 주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도 배우는 게 많다. 한국 학교에서는 껄끄러운 관계를 억지로 좋게 해 주겠다며 화해를 강요한다든지 하면서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어른이나 학교 시각에서 무조건 편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학교 분위기와 워낙 다르다 보니 학생보다 학부모가 오히려 적응을 제대로 못하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해동이가 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교사를 만나러 갔다. 그때 교사가 “한국 학부모들한테만 특별히 당부하는 말”이라며 말을 꺼냈다. 아이가 숙제할 때 부모가 지나치게 도움을 주지 말라는 거였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는 수업 내용에 대해 학생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를 체크하는 게 목적인데 부모가 과도하게 관여하면 학교에서 아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요지였다.

  하지만 교사가 아무리 당부해도 한국 엄마들은 아이 매니저 역할을 버리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 리포트를 대신 써 주기도 하고, 아이 수준에서 찾을 수 없는 고급 자료를 첨부하는 등 엄마의 정성(?)이 가득 들어 있는 숙제를 아이 손에 들려 보내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해동이는 “교사는 물론 다른 나라 출신 학생들도 ‘누군가 대신 해 준 숙제는 정당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한국 학생 전체에 대해 불신하는 분위기가 있어 힘들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라 가끔 한국 엄마들이 학교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왕왕 연출하기도 한다. 학교 공지사항에 아이들이 참여할 체험활동 기회나 봉사활동 소식이 뜨면 자기 아이가 먼저 그 기회를 잡게 하려고 새벽부터 교문 앞에 와서 줄을 서서 교사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단다. 외국, 특히 영미권 부모들은 자기 아이에게 맞는 활동인지를 먼저 검토하고 어떤 방법으로 참여할까를 아이들과 함께 논의하는 데 반해 한국 엄마들은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쟁탈전을 벌이려 해 교사들이 따로 학부모와 상담하며 활동 취지를 설명해 주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자녀 숙제나 스펙 만들기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만 정작 학부모가 참여해야 하는 학교 행사에서는 한국 학부모를 찾아보기 힘들다. SCIS는 학교 축제가 유난히 많다. 두 달에 한 번꼴로 파파데이·마마데이가 열려 학부모를 초청하기도 하고, 봄축제나 가을축제를 열어 학교를 단장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기는 행사도 있다. 또 크리스마스 전에 학예회처럼 학생들의 지난 1년 동안의 교육 성과를 발표하는 날도 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학교 행사가 평일 오전시간이나 교사들 근무시간 동안 이뤄지지만 SCIS는 토요일 오후 6시에 주로 행사를 연다. 나처럼 직장 생활하는 아빠도 본인 정성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게 하려는 거다.

SCIS는 50여 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다닌다. 다양한 축제와 방과후 활동을 마
련해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왜 유독 한국 학부모는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고 외국인과 어울린다는 사실에 쑥스러움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도 1년에 고작 한두 번 정도만 학교에 찾아간다. 가 보면 유럽이나 미국·캐나다에서 온 학생 학부모는 부부 동반으로 와서 학교 일을 열심히 돕기도 하고 행사가 다 끝난 뒤에는 교사들과 애프터 미팅(after meeting) 시간도 따로 갖는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그만큼 더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학예회에서도 한국 학부모와 외국 학부모 차이가 한눈에 보였다. 한국 엄마는 자기 자녀가 무대에 서는 시간만 잠깐 와서 자기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나면 황급히 자리를 뜬다. 외국인 학부모들은 부부 동반으로 한껏 차려입고 와서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즐기면서 다른 학생들 무대에도 열성적으로 박수를 쳐 준다. 나도 아직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동이가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도서관이다. 나도 학교 북페어 때 해동이를 따라 학교 도서관에 가 보곤 카페처럼 아늑한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커피나 주스 등 음료수를 마시면서 책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아무 소파에나 앉아 편안하게 책을 봤다. 한국에서처럼 ‘정숙’이라는 안내글도 없었지만 학생들도 떠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해동이는 “평소 학교 생활할 때 서로 배려하는 게 습관이 돼 도서관에서도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참, 북페어는 1년에 한 번 있는 책 관련 페스티벌이다. 학생들이 집에서 잘 읽지 않는 책이나 저학년 때 쓰던 교재 같은 것을 가지고 나와서 팔기도 하고, 교사들이 마련한 게임에서 이기면 책 선물을 받기도 한다. 자신이 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하면 갖고 있던 책과 그 자리에서 교환도 한다. 북페어를 통해 아이들이 집에 있는 책을 다시 한 번 들춰보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참고도 하고, 책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것 같아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이런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하이 국제학교는 좋은 환경에서 전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학교 밖으로 나오면 한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 학생들은 거의 특례를 통해 한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국제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달려가 한국식 입시 전쟁에 들어간다. 상하이나 베이징에는 서울 대치동에서 성행하고 있는 입시학원이 이미 많이 들어와 있다. 중국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 주말을 이용해 상하이나 베이징으로 1박2일간 학원 순례를 오는 일도 많다.

 이제 한국 학년으로 고등학교 2학년인 해동이도 한국 대학에 갈 준비를 하고 있어 논술·영어·수학 학원에 다니고 있다. 국제학교 다니면서 왜 영어학원에 보내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입시에 필요한 토플 고득점을 따기 위해서는 한국에서처럼 학원에 의지하는 거다. 학원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10시가 훌쩍 넘는다.

 중국 유학 왔으니 중국어는 당연히 잘하리라는 것도 많은 사람이 하는 착각이다. 이 학교는 중국에 있지만 중국어는 제2외국어로 간단히 배우는 정도다. 국제학교 안에서도 한국 학생이 많다 보니 한국 아이들끼리 다니고, 학교 끝나고 한국 학원에서 또 모이고, 집에 오면 한국인 부모와 지낸다. 당연히 중국어 배울 시간이 부족하다. 중국 현지인 강사를 초빙해 과외수업을 받는 아이들 외에는 아주 기초적인 중국어 수준밖에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하이에서 10년간 국제학교에 다녔던 학생이 서울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일이 있다. 당시 면접관이 “중국어로 자기소개를 해 보라”고 했는데 “중국말을 할 줄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국제학교 수업은 영어로만 이뤄지고 학교 밖에서는 한국어로만 생활하기 때문에 상하이에서는 중국말을 못하는 유학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마스터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작정 중국 국제학교를 찾는 건 그야말로 환상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상하이 유학은 다른 의미에서 해동이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아주 좋은 교육장소이기도 하다. 상하이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중국의 에너지를 가장 강력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변화를 현장에서 체험하게 해 주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존감을 높여 주는 것, 이게 진짜 상하이 유학생활의 키워드가 아닌가 생각한다.

학교 기본 정보

●특징: 미국식 국제학교
●커리큘럼: 미국서부대학연합회(Western Association of Schools and Colleges)와 NCCT(중국기초교육커리큘럼교재개발센터)로부터 인증.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디플로마 제공하는 IB 월드 스쿨로도 지정. 2~10학년생은 North west Evaluation Association의 평가로 학업 성적을 받고, 중·고등부 학생은 PSAT와 SAT 공인시험을 치름.
●학습당 인원수: 유치부(Nursery, Pre-School, Pre-Kindergarten, Kindergarten) 14~18명, 초등부(1~5학년) 18명, 중등부(6~12학년) 20~22명.
●캠퍼스: 상하이엔 훙차오, 푸둥 2곳, 항저우에 1곳.
●학생 구성: 세 캠퍼스에 1500여 명 재학 중. 50여 개국 출신으로, 전체 학생의 38%가 아시아 국가 출신. 특히 한국·일본 학생이 대다수다.
●교사: 미국과 캐나다 출신이 약 70%. 나머지는 아시아·호주·유럽·남미의 영어권 국가 출신.
●입학 서류: 입학지원서, 출생증명서 복사본, 학생과 부모 여권 복사본, 비자 복사본, 최근 2년간 성적표(영어), 여권용 사진 2매, 예방접종증명서
●연 수업료(훙차오 기준): 유치원 6만5000~11만 위엔(한화 1196만~2024만원), 1~5학년 19만 위엔(3469만원), 6~12학년 21만 위엔(3864만원)
●전형료: 2000위엔(36만8000원)
●신입생 입학금(Capital Fee): 1만5000위엔(276만원)

상하이의 교육 환경

중·고교 기준으로, 현지어로 수업하는 현지 공립학교는 400여 개(로컬학교 내 별도의 국제부 20여 개), 국제학교는 40여 개가 있다. 미국·영국·한국·일본·프랑스·대만·홍콩·싱가포르계 등으로 각각 나뉘며, 이 중 SAS(상하이 미국 학교), SCIS(커뮤니티 국제학교), YCIS(예청국제학교), CISS(콘코디아국제학교) 등이 한국인이 선호하는 학교다.

공립학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학생의 입학을 무한정 허용했다. 지금도 몇몇 학교는 한국 학생 입학을 허용하고 있지만, 일부 명문 학교는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기부금을 내고 기여입학제로 들어가거나 중국 고위층과의 인맥을 이용하면 입학이 가능하다. 상하이에서 명문 학교라 부를 수 있는 곳은 푸단대 부설학교나 교통대 부설학교 정도다. 이런 학교 국제부의 학비는 국제학교에 맞먹을 정도로 비싸고 입학 기준도 매우 까다롭다.

한국 유학생 사이에 상하이는 강남, 아니 콕 짚어 대치동 같은 곳이기도 하다. 조기 유학생들이 특례전형으로 한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노린 한국 사교육 업체가 성업 중이다. 중국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중·고생이 주말에 상하이 학원으로 1박2일 유학을 올 정도다. 많은 한국 학생이 10학년(한국의 고1)이 되면 논술·영어·수학 학원에 다닌다. 한 달에 수백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경우도 흔하다.

정리=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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