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모럴」의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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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또 인천에서 3층짜리 「빌딩」 이 무너져 7명의 사망자와 20여명의 부상자를 낸 불상사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지진도 없는 이 나라에서 명색이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라고 하는 건조물들이 이처럼 빈번하게 도괴사고를 내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상식 밖의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지난번의 와우「아파트」도괴사건이 그러했던 것처럼, 단순히 한 건물의 붕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 한국인 전체의 양심과「모럴」이 와르르 무너진 것 같은 상심을 국민에게 안겨주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근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 도시에서 일고 있는 건축「붐」은 흔히 과열된 부동산투자 「붐」의 소치로서 그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그것은 발전하는 한국경제의 상징으로서 국내외에 큰 자극과 생동감을 주고 있는 것도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럴진댄 우리나라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날로 바꾸다시피 솟아오르고 있는 이들 건축물들은 그 구조와 양식 또는 기능 등 모든 면에 걸쳐 참으로 발전하는 나라다운 기상을 과시하고, 한국적 건축문화의 「비전」을 유감없이 과시하는 상징물이 돼야 떳떳한 건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에 세워지고 있는 각종 건축물에 관련해서 이러한 자랑보다는 도리어 날림공사 시비만이 분분하고, 통틀어 인간부재의 건축이 판을 치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된 것은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시영 「아파트」에는 거의 변소와 상하수도 시설이 엉망이라는 차탄성이 터져 나오고 있으며, 고층「빌딩」을 지었다하면서 주차시설은 물론, 소방기구와 비상대피시설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 하여 말썽이 되고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선 이번 인천에서의 사고로 다시 한번 입증됐듯이 적지 않은 철근 「콘크리트」 영조물들이 건축후 불과 얼마 안가서 조그마한 외부 진동에 의해서도 송두리째 무너져 버릴만큼, 날림 투성이라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해당 영조물의 직접 건축관계자들뿐만이 아닌, 전체 국민의 양식과 양심을 손상케 하는 도덕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건축이란 한나라 한시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물인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도시에 세워지고 있는 고층건물이란 본래가 반영구적인 성격을 띤 구조물이란 점에서 누가 그 설계와 건축을 맡건, 앞으로 수십년 또는 수백년을 내다보는 「비전」을 전제로 해서만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장삿속으로 성행되고 있는 이른바 고층「빌딩」 「붐」속에서 모든 건물에 대하여 미학적 가치까지를 요구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그 모든 형조물들이 적어도 현재 및 장래의 상당한 시간에 걸쳐 국민의 생활장소가 된다는 점과 또 그 영조물의 존재자체가 이 나라 문화의 복합적 실재 (컨피규레이션)의 일부라는 점은 잠시도 잊어서는 안될 건축이전의 「모럴」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도시건축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은 비단 그 건축물의 경제적 효용성이나 기술적 무난성 뿐만 아니라, 그것이 한나라 한시대의 도덕적 양식의 문제와도 직결돼 있음을 깨닫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리고 건축과 관련하여 이러한 양식의 문제를 「체크」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바로 모든 건물의 건축허가로부터 준공검사까지를 맡고있는 건축관계 공무원들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발전도상국가 공무원들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청렴하고, 뚜렷한 방향감각을 가진 지도성의 문제가 특히 건축관계 공무원들의 양식문제와 결부해서 강조되어야할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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