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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푸는 미의 대 중공정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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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과 중공이 가까워지고 있다. 미 GMC회사제작 「엔진」이 달린 80대의 「덤프·트럭」이 이태리를 통해 중공에 판매되는 것을 승인키로 했다고 30일 미국무성은 밝혔다. 이것은 중공과의 관계를 새로이 하려는 미국의 오래고 꾸준한 노력이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첫 결과로 중요한 의의를 갖고있다.
49년 말 국민당정부가 대만으로 후퇴한 후 중국대륙을 석권한 중공을 승인하지 않았고 50년 한국전쟁 때는 무력으로 맞섰던 「침략자」에 대해 이제 20년만에 접근하려는 미국의 기도는 70년대 초의 중대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중공에 접근하려는 미국의 속셈은 「닉슨」대통령 자신의 말에서 벌써부터 명백했었다.「닉슨」대통령은 『평화를 위한 새 전략』이라는 제하에 금년 2월 의회에 낸 70년대 대외정책보고에서『인구 8억으로 세계인구의 3분의 1을 안고있는 중공은 국제사회에서 언제까지 고립상태에 있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공인민의 기여 없이는 안정되고 항구적인 국제질서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었다.
이 같은 미국의 접근책은 오랫동안 여러 형태로 집요하게 나타났다.
미국은 작년 12월, 20년 간 죄어온 대 중공 금수조치를 완화했고 학자·언론인·대학원생 등의 중공여행을 허락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이니시어티브」를 취했다. 뒤이어 미국인 여행자들이 중공제품을 사서 국내에 들여오는 것도 허가하기까지 했다.
또 금년 1월에는 68년이래 중단되어 온 「바르샤바」의 미·중공 대사급 회담을 재개, 「죽의 장막」속을 타진하는 대화의 통로로 삼았다. 중공을 회유하려는 「제스처」나 노력은 군사 면에서도 있었다. 미국은 냉전시대를 상징하는 지난 20여 년 간 실시해오던 제7함대의 대만해협 경비 순항을 대폭 축소, 실제 명목상의 초계함대만 남겨놓았는가 하면 자유중국에 국부군 5만 명의 감축을 종용했다고도 한다.
최근 나돌고있는 주한미군 감축설을 포함하여 「아시아」에서의 미군기지 및 주둔군 감축 계획도 중공과의 관계를 새로 모색하려는 미국의 웅대한 「아시아」정책에 근거하고있다고 관측되기도 했다.
하여튼 방대한 국토, 수억의 인구, 거기다 핵까지 보유한 중공을 더 이상 고립시키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어긋나고 현실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하는 생각이 미국의 일부 층에 파고 들고있다.
중공의 팽창을 막을 수 있는 길은 봉쇄와 고립이란 생각이 『중공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대 중공정책이 바로 고립된 정책』이라는 데까지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이 중공에 접근하는 데는 근본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대만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해마다 「유엔」에서 거론되고있는 「중국문제」, 즉 「하나의 중국」이냐 「둘의 중국」이냐, 아니면 「하나의 중공」, 「하나의 대만」이냐 하는 승인문제가 가로 놓여있다.
미국은 대 중공 접근이 대만의 포기나 공약 불이행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또 미국의 중공접근은 중공을 억제하려는 소련의 전통적 정책과도 상위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미국이 어떻게 대 중공관계를 펴 나갈 것이며 호전적인 중공이 또 어떻게 이에 호응할 지가 주목된다.
2차대전후 4년만에 중국대륙서 집권한 중공이 20여 년 후인 지금 「닉슨」행정부의 「화해」와 「협상」이라는 파도를 타고 미소가 양극을 이루던 국제무대에 등장, 새로운 국제력 관계를 몰고 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짙어져 가는 것만 같다. <조성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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