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성질서-가부장제|여권 운동가 「밀레트」 여사의 신저 『성 정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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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여권 운동의 뛰어난 이론가 「케이트·밀레트」여사는 최근 「성 정치학」 (The se-xual polities·「더블데이」간·3백93 페이지)이란 책자를 발간, 『현존하는 성질서는 선천적이라기보다 후천적인 것이며 전 인구의 반이 나머지 반을 종속하기 위한 가부장적 정치 체제에 연유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화제를 모았다.
그는 『남성들이 관습적으로 얻는 성적 지배가 모든 권력의 기본 개념을 마련해 준다』 고 말하고 모든 기록된 문화는 가부장적이며 우리 사회는 정치·경제·군사력을 모두 남자 손에 집중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역설했다. 여자를 경제적 예속 계급으로 취급하고 「가정의 봉사자와 성적 재산」으로 남자에 귀속하고 있으며 우리가 아는 「여자의 상」이란 남자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틀 잡혀진 것이라는 것이다.
가정 생활에서도 남아는 공격적·지적으로, 여아는 순종적으로 길들여짐으로써 여자는 결과적으로 인간 잠재력의 반에 미치지 못하거나 넘는데 머무른다.
밀레트 여사는 이 책의 대부분을 19세기 초기에 시작되었던 성 혁명의 역사에 할애하고 있다. 이 역사의 대부분은 문학과 논쟁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러스킨과 테니슨을 보수주의자로 비난하고 『결혼은 가정의 노예제도』라 공격한 「존·스튜어트·밀」과 『성적 지배가 불합리한 인간 조직의 받침 돌』이란 지론을 가졌던 「프레드리히·엔겔스」를 가장 칭찬하고 있다.
1930년∼1960년은 남성 우위가 작가들에게 새로운 응호를 받았던 「왕의 반 혁명 시대」로 밀레트 여사는 보고 있다.
이 책에서 「D·H·로렌스」와 「헨리·밀러」「노먼·메일러」등은 검열을 받고 있다. 밀러는 여성을 생식 기관에 불과한 것으로, 메일러는 남성 예찬의 포로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밀레트 여사는 가부장제를 파괴하는 성 혁명을 원하고 있는데 이는 밀레트 여사 자신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남녀가 모두 자아관을 대폭 변경함으로써만 이룰 수 있는 벅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성질서는 정치 체제보다도 더욱 관습적이고 생활 방식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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