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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각료회담의 성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4차 한·일 정례 각료회담은 23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폐막됐는데, 이번 회담은 한·일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정치·경제적 차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을 것 같다.
공동성명은 양국의 안전과 번영이 밀접함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정세 하에서 미군의 극동에 있어서의 존재가 이 지역에 있어서의 큰 지주』임을 밝힘으로써 한국 측이 주장하는 「아시아」 안보문제에 대하여 일본측도 공동의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인 점은 주목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또 공동성명은 대한투자 자동승인 한도의 대폭 인상, 교포 신용조합의 금융기관업무 대리취급인가, 그리고 구미 공업기술학교 설립을 위한 2백 60만「달러」의 자본공여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 공동성명이 우리측으로서 그 밖의 현안문제라 할 합판 등 5개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보세가공 원자재 면세품목 추가, 특혜관세 문제 등 한국의 대일 수출증가에 기여할 사항 등은 이를 장차의 협의에 넘긴 채 미결상태로 남겨둔 것은 일말의 서운함을 금치 못하게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공동성명이 한국 측이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려 했던 중공업 차관 1억「달러」와 원화 차관 1억「달러」의 제공문제에 대해서는 『전진적 자세로 대응』할 것에 합의했거나 타당성 조사를 한다는 선에서 머물러 그 이상의 전진을 하지 못한 것 등은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폐막 성명의 문맥으로 보아 이번 각료회담의 성과는 오히려 장차에 있어서의 일본측의 제의를 양국대표들이 공동 촉구하는데 「액선트」를 둔 성격의 것으로 평가함이 마땅할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여 앞으로 양국의 관계자 회담을 통하거나 조사단을 파견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인 성과를 기다려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일본측으로서는 계속 호전되고 있는 국제수지사정과 원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에 직면하여, 한편으로 수출증대 효과가 있고, 또 한편으로 원화의 평가절상 압력을 피할 수 있는, 이를테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려 대한차관 공여의 증대를 주저할 이유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한·일 각료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대일 차관도입이 앞으로 계속 증대될 가능성은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본 난이 이미 지적한 바 있듯이 한·일간의 경제협조 내지 차관도입이 심화 확대되면 될수록, 무역 역조 폭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양국은 다같이 솔직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며, 그것이 장래 감래할 여러가지 문제들을 결코 소홀히 다루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미 국내 일각에서는 대일 의존도의 지나친 증대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며. 한·일 무역 역조의 심화를 일본측이 시정하는데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위험분산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력히 대두되고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의견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때문에 한·일간의 협조도가 긴밀해지면 할수록 한·일 양국은 이 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한·일 양국의 공동번영과 평화유지를 위해 장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열쇠는 먼저 일본측이 쥐고 있다고 보는 것이며, 때문에 한·일 관계가 계속 확대 균형적으로 운영되려면 일본측의 획기적인 용단이 불가피한 것이다. 즉, 우리의 입장으로는 일본자본의 계속적인 도입이 아쉬운 것이며, 일본이 이를 계속 제공하는 한, 무역 역조는 확대되기 마련인데, 이처럼 무역 역조를 계속 확대하는 경우, 누적되는 채무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의혹과 불안이 축적됨으로써 생기는 제반 문제들을 당국은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때에는 그것이 단순히 경제문제의 성격을 벗어나, 역사적·정치적인 분쟁으로 화할 가능성이 짙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한·일 협조관계를 증진하는 길은 주로 일본측이 성의있는 태도로 한국 상품을 받아들이는 것뿐임을 일본측은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이 이 점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표시한 것을 우리는 특히 환영코자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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