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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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 외신은 「부패」에 관한 흥미 있는 리포트를 보여주고 있다. 태국의 경우, 사회의 부정·부패 행위 중 51%가 여성이 관여한 것이라는 통계가 그것이다. 방콕 「타마샤트」 대학 문리대학장인 「압둘」박사의 논문에서 인용되었다.
태국의 부패 풍조는 언젠가 미국주간 「타임」지에서도 소상하게 보도된 적이 있다. 태국 왕은 『내 필생의 일은 그 부패를 끝장내는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부패의 주인공들을 처벌하지 않고 있다. 태국 왕은 거듭 이렇게 탄식을 한다. 『그 자들을 처벌하기로 들면 이 태국에는 몇 사람이나 남아 있겠는가』고.
압둘 박사의 리포트에 따르면 부패에 관여한 여성들은 시정의 아낙네들은 아니다. 고관의 부인들이다. 「타임」지는 이 부패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태국인들은 우리말의 부정 부패에 해당하는 「진·무옹」이라는 말을 쓴다. 『나라를 집어삼킨다』는 뜻이다. 중국어의 「식오」나, 파키스탄의 「우퍼·키·아드마니」(「상」으로부터의 수입), 일본의 「오쇼꾸」 (오직) 보다도 절박한 표현이다. 그만큼 부패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는 말도 된다.
부정 부패는 비단 태국만의 풍조는 아니다. 필리핀 대통령 마르코스는 선거 유세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는 생활의 양식을 온통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갈 수가 없다』-. 그가 말하는 생활 양식은 부패에 뿌리를 펴고 있는 호화판의 그것을 지적한 것이다.
자유중국의 임어당 박사 (수필가)도 『지금 세대의, 그 다음 세대의, 아니 대대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국가를 훔치는 장관은 그 가족에겐 둘도 없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 일이 있었다.
이것은 모럴의 「델리키트」한 한계를 풍자한 말이기도 하다. 가족의 「좋은 사람」과 국가의 「좋은 사람」은 과연 두부 모를 자르듯이 구분이 되는 것인가. 만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때의 우선 순위는 어느 편인가.
동양의 미덕으론 그 어느 것도 아니다. 차라리 전부이다. 아니면 사회의 정의와 공익을 위한 「국가의 좋은 사람」편이다.
그 동양에서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오늘날 부패가 만연하는 것은 어딘지 역사의 몰락을 보는 듯한 처연함이 있다.
『여성은 보아야 할 것이지, 들어야 할 것은 아니다』-. 희랍 시인 소포클레스 (BC 496?∼406)의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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