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5) 차주를 위한 택시 요금|이재황 <은행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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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친구를 만났더니 서울이 하도 많이 변해서 택시를 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택시 잡기가 미국에서 한국 여성을 만나보기 만큼이나 힘들다고 비유했다.
택시가 대중 교통이 된지 이미 오래이지만 이렇게 이용하기가 힘들어서야 어디 대중 교통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말이었다. 택시 잡기가 급하다 보니 차라리 요금 인상을 하여 불요불급한 사람들이 타는 것을 막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요금 인상을 찬성하기까지 했고 당국에서도 올리겠다고 뜸을 들이고 있어서 요금이 오르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되어 왔다.
그러나 막상 요금이 인상되고 보니 사치로서가 아니라 불가결한 교통 수단으로서 택시를 이용하던 시민은 인상률이 엄청난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단번에 약 40%나 올리도록 한 당국의 처사가 납득되지 않는다.
이 40% 인상의 근거가 타당한 것인가? 만일 타당하다면 지금까지 업자들은 요금율에 상응하는 적자를 보아 왔단 말이 된다.
즉, 택시 업자들은 지금까지 희생적인 봉사로 사업을 해왔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택시는 자가용이 없으면서도 느림보 버스에 기대할 수 없는 일과 시간에 쫓기는 샐러리맨 들의 주된 고객이다. 이른바 월급장이들이 추가 부담케 된 교통비와 생계비 비중을 고려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이번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타는 사람들만 아니라 운전사들도 불만이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결국 이번 요금 인상은 이용자와 운전사를 외면하고 뒤에 앉은 차주들을 위해 올렸다는 인상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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