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 회담에 바라는 것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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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 22일의 이틀동안 개최되는 제3차 한미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키 위해 호놀룰루에 도착한 정 국방장관은 『북괴의 도발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때, 한국 전선에서의 미군의 감축은 그 규모와 시기를 논의할 필요도 없이 반대한다』고 말하고, 우리의 3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76년까지 미군의 계속 주둔을 바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역시 동 회담에 참가키위해 현지에 도착한 패커드 미 국방 차관은 『미군의 일부 감축은 금년 안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한국 측의 「선보장·후감축」의 기본 입장과 관계없이 주한미군의 감축을 기정 사실로 하고, 그 시기와 규모, 그리고 주한미군의 감축으로 생기는 한국 방위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한국군 장비 현대화 및 군원 증가 문제가 중요한 협의 대상이 될 것임을 비쳤다.
이처럼 한미 양국의 기본적 입장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양국간의 이견 대립이 우호적인 회담 속에서 반드시 극복되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대저 주한미군 감축제의에 대해 우리 나라로서 마땅히 요구하여야할 최소한의 조건이 무엇인가를 여기 요약해서 밝히기로 한다.
첫째로, 그것은 감군에 앞서 한미 방위 조약 반드시 보완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방위 조약은 미국이 한국의 안전 보장에 대한 책임을 명문화하기 위해 마련된 조약이다. 그런데 이 조약 제3조는 『타당 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규정하였다. 이 조문은 미국이 NATO 제국이나 일본을 상대로 맺은 상호 방위 조약에서 이들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게되는 경우 미국이 즉각 개입하겠다고 한 것과는 현저하게 다르다. 미국이 한미 방위 조약에서 상기 대 NATO형이나 대 일본형을 따르지 아니하고, 한국이 무력 공격을 받는 경우에는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서』행동하겠다고 한 것은, 국토가 분단되어 있는 한국의 특이한 사정을 고려하고, 또 아시아 대륙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미국이 참전하는데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되고 있지만, 바로 이 조항으로 말미암아 한국 안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은 확실한 것이 못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전은 일반적으로 「속결전」이어서 특히 핵무기틀 사용하는 경우, 전쟁의 대세는 불과 수십분 동안에 결정되는 것인데다가 한국이 만일 공산 측의 선제 공격으로 양멸적인 타격을 입는 경우, 미국이 헌법상 수속을 밟는 동안에 사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지고, 또 이를 이유로 미국은 참전을 주저하거나 혹은 기피할 우려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시점에서 한국으로부터의 미군 감축 제의가 결코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국의 책임 포기를 의미치 않는다고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우리 역시 미국의 선의를 믿는데 조금도 인색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절대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백번 언약하느니 보다, 한미 방위 조약을 대 NATO형으로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안전을 반석 위에 올려놓고, 한국민을 근본적으로 안심시키는 방법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둘째, 설령 미국 측의 감군 계획이 실천에 옮겨진다 하더라도, 최소한 주한미군은 한국 방위 작전에 있어서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는 실질적인 전투 병력으로서 남아있어야 한다. 오늘날까지 주한미군은 한국 안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표시하는 상징적인 존재인 동시에, 한국 방위에 있어서 적의 침공을 유효하게 저지하는 실질적인 전투력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번의 미군 감축 제의는 주한미군이 지니고 있던 두가지 역할 중, 상징적인 의의를 증가시키고, 실제 전력으로서의 의의을 감쇄시키려는 것임을 부정 못한다.
우리는 주한미군의 존재 의의가 이처럼 변질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는다. 주한미군이 단순히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아있게 되면 남북한의 군사력에는 기한 불균형이 생겨나 당장에라도 침략의 위험이 늘어날 것은 물론 전면 전쟁 발생시 과연 미국이 전쟁에 참가할 의사를 가질 것인가, 적지 않는 의혹을 자아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징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력만이 공산주의 침략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허다한 역사적 실례가 명증 하고 있다.
상기 두개 조건 이외에도 국군 장비의 현대화라든가 감군에 따르는 경제 위축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중단키로 되어 있는 미국의 대한 경원을 적어도 앞으로 수년동안 더 지속한다는 것은 한국의 안전과 존립의 사활을 결정짓는 문제이다. 우리는 미국이 한국 측의 이와 같은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고 혈맹 관계를 재확인함으로써 자립을 향한 한국민의 용기를 고무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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