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사 처리 기록 경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헌 22주년을 기념하는 17일의 제헌절 기념식에는 제헌 의원 가운데 이인 김준연 전진한 임영신 최헌길씨 등 70여명이 참석했으나 현역 가운데서는 제헌 의원이기도 한 윤치영 공화당 의장 서리를 비롯, 이상무 최두고 이상희 한상준 김종호 의원 등 국회 상임 위원장들과 10여명의 공화당 의원, 무소속의 서민호 의원만 나왔으며 신민당 의원은 한 사람도 참석치 않았다.
이인 제헌 동지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위정자가 부정·부패를 숙청하는 길만이 조국 중흥의 빠른 길이며 시급히 용단을 내려 민심을 일신하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유엔에 보내기 위해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된 주한미군 감축 반대에 관한 결의문은 영역이 충실치 못해 역본이 발표 된지 몇 시간만에 고치는 소동을 벌였다.
결의문의 영역은 외무위 전문위원과 외무부 관리들이 맡았는데 결의문 주문 중 『현실 상황에 역행하는』을 「runs counter(to)the reality」[to]를 뺀 것과 3항 중 방위 공약을 뒷받침하는 외교적 조치를 요구하는 대목에서 『강력하고 효율적으로』란 구절의 번역이 빠진 것.
외부의 의의를 받은 외무위는 이날 하오 부랴부랴 영역 본을 고쳤는데 빠진 [to]를 집어 넣는 것은 간단했으나 영어의 문맥상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뒷받침』에 강력하고를 넣기가 어려워 효율적으로 (effectively)만 그 자리에 넣고 강력하게 (strong-ly)는 직접 관계가 없는 1항 「반대한다」는 앞에 삽입하는 편법을 썼다.
국회는 16일 개원이래 최고의 의사 처리 기록을 세웠다.
회기 말이면 으례 많은 의안이 처리됐지만, 이날은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자그마치 44개 의안을 통과시켜 6대 국회 말의 36건 기록을 갱신.
정회 시간 (4시간)을 빼면 1개 의안을 처리하는데 약 8분씩 걸린 셈이며 줄곧 사회를 본 이효상 의장은 1백65회나 의사 상을 쳤다.
마라톤 회의가 지겨웠던지 여야 의원들이 회의 도중 휴게실로 자꾸 빠져나가는 통에 몇 차례나 의결 정족수 (86명)에 미달하는 사태가 빚어 집합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도 했으며 신민당은 하곡가 동의 안 등 5개 안건의 수정안 또는 보류 등의 안을 내어 심심찮게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런데 이 의장도 피곤했던지 수정안이나 보류 안을 본건 심의에 앞서 표결에 붙이는 등 자그마한 실수를 연발했지만,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